[검경 수사권조정] 상하관계 넘어 '협력의 시대'로..경찰 수사역량 강화 '과제'

검찰에겐 '혹독한 시련의 계절' 시작.. 경찰로선 '동등한 또 하나의 형사사법 주체' 등장 계기

강재규 선임기자 승인 2020.01.14 08:35 | 최종 수정 2020.01.14 10:07 의견 0
이번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검찰 경찰 모두가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정경신문=강재규 기자]  66년만에 형사사법체계에 대변혁을 맞게 됐다. 

검찰 수사권 조정법안이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것은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일대 변화를 의미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입법은 모두 완료됐다. 

법 개정에 따라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만에 검찰이 독점한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는 등 형사사법 절차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 형사사법 구조의 변화는 국민 일상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날 통과된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비롯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 제한 등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 검경에 다가오는 변화의 바람

이로써 검찰에게는 지난해말 공수처법 통과에 따라 오는 7월 공수처 설치가 예상되는 것과 함께 '시련의 게절'이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법조3륜'으로서의 한 축을 이루며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의식으로 가득했던 시절, 때론 권력의 시녀역할을 하면서 군중앞에 군림했던 시대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국민 일각에서는 아주 오래전의 일제치하 '고등계 검사' 이름만 들어도 소스라치는 이도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 경찰로서는 막강해진 형사사법 주체의 하나로 등장하게 됐다는 점이다.

즉, 경찰은 앞으로 민생과 밀접한 사건의 수사 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일반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기관으로 자리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이 경찰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을 다 거두기는 아직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마치 '일제시대 순사'와도 같은 이미지가 그것이다. 이는 민생에 빌붙어 서민들을 괴롭혀오는 일부 몰지각한 경찰리에 대한 불신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민적 불신을 검경 양측이 하루빨리 걷어내는 일은 이번 수사권조정을 계기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은 모두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수사 보조자' 탈피..'수사는 경찰' 인식 변화의 출발선에 서다

검경개혁의 골자라 할 대목, 곧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한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권의 주체는 검사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자로 규정했다. 

이번 개정법 통과로 66년만에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검·경 관계는 수직적인 '지휘'의 관계에서 동등한 위치의 '협력'관계로 변화된다는 점이다.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면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다. 

다만 검찰은 경찰이 불송치한 기록과 관련 증거를 90일간 들여다 본 뒤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반면에 검사가 이유 없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고등검찰청에 외부인사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도 신설된다.

여기에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제한된다. 검찰은 부패범죄 및 경제범죄, 선거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에 한해 직접 수사가 가능토록 했다.

또 검찰 조사 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제한된다. 그동안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재판 단계에서 증거 능력을 높게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검·경수사권조정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권을 경찰에게 독립적으로 부여하는 것에 의미가 있고, 검찰이 직접 인지해서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축소한 것이 특징"이라며 법안 통과 의의를 설명했다.

■ '이중조사' 행정 낭비 줄고 경찰출신 변호사 수요 증가 예상도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통과가 일반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는데 많은이가 동의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중조사'를 받는 불편이 줄어든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는다.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경우 다른 수사 기관에서 조사받을 필요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수사 초기 대응이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 선임이 필요해지고, 향후 기소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출신 변호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하는 사람도 많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서 놓친 부분을 밝혀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상 민생 범죄 사건에선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영장청구 단계 등 검찰이 완전히 간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사회 전체로 봤을 때 형사사법 시스템 제도의 비효율과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다는 점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 TF팀 김현석 위원장은 "수사 절차가 검찰 중심에서 경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쪽으로 실무변화가 예상된다"며 "이 때문에 경찰 수사에 참여하는 고소인 및 피의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참여 비중이 높아지겠으나, 이미 변호사 수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 남은 과제는 경찰 수사단계 인권침해 우려 극복하는 일

그렇다고 국민들의 형사사법 체계 변화가 그대로 실질적 '법익'으로 완전히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인권 침해 등 부작용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경찰로부터 입는 인권피해가 없도록 하는 제어장치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특히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법조3륜'이란 말이 의미하듯 "검찰이 법률면에서는 더 깊이 알지 경찰이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점을 최대한 조기에 불식시켜가야 할 것이다. 

결국 향후 수사 역량 강화 등 경찰의 노력이 관건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경찰은 수사종결이라는 권한을 얻은 만큼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과학수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무엇보다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수사의 기본인 현장을 지키는 경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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