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묵적지수'

이지은 기자 승인 2019.06.13 10:13 의견 0
연극 '묵적지수' 포스터(자료=서울문화재단)

[한국정경신문=이지은 기자] 남산예술센터가 연극 '묵적지수'를 공연한다.

13일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묵적지수'는 2019년 시즌 프로그램 세 번째 작품으로 달과아이 극단과 공동 제작한다.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묵적지수'는 진짜 전쟁을 막기 위한 가짜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초나라 혜왕 50년(기원전 439년),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본명 묵적)가 초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초혜왕과 모의전을 벌였다는 고사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은 2500년 전 강대국에 맞서 전쟁을 막아내려는 의지를 다진 묵인들을 조명하여 '우리 시대에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고대 중국을 무대 위에 재현하기보다 인간과 기술, 권력과 자본의 관계에 내재된 폭력의 실체를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묵적지수'는 이를 통해 작품은 우리 사회가 능력으로 간주한 ‘힘’의 정체를 의심하며 승자독식 체제로 편성된 인간 사회의 모순을 짚어본다. 전쟁 서사를 담고 있지만 몇몇 영웅을 부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등장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작품 안팎으로 고정된 관습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전쟁 서사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을 깨고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Gender Free Casting)을 진행했다. '왕은 반드시 남자일 것'이라는 고정된 이분법적 성별 규범에서 벗어나 젠더 스펙트럼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다.

보통의 공연과 다른 무대로 이목을 끈다. 360도의 모든 각도에서 다양한 시선을 둘 수 있는 원형 무대를 사용한 것. 배우들은 원형의 무대를 중심으로 사방에 배치된 객석을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간 감각을 전달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의 입장부터 조금 다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 이용이 필요 없는 무대장치 반입구를 모든 관객의 객석 출입구로 사용한다.

작품의 연출은 '서른, 엄마'(2009), '날개, 돋다'(2015), '고등어'(2016), '녹색광선'(2018) 등 청소년과 여성 소수자에 대한 작품을 통해 섬세한 감각을 선보여온 이래은 연출가가 맡았다. 전쟁 장면에 의례적으로 사용되는 거대한 무대장치와 화려한 효과들을 배제하고 무대와 객석 사이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경쾌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출연에는 배우 경지은, 민대식, 박훈규, 성수연, 오지나, 이미라, 임원옥, 최희진, 하지은 등이 함께 한다. 특히 지난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18년 만에 부활한 젊은 연극상을 수상한 성수연 배우의 출연과 이태원 음악감독과 안데스 의상 디자이너의 참여로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인다.

연극 '묵적지수'는 6월 26일부터 7월 7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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