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인간은 지구촌 기생충인가
모든 생명은 상호의존 하고 있다.
김재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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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0 10:13 | 최종 수정 2019.05.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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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재성주필] ‘어린 왕자’의 눈에 비친 어른들은 숫자만 좋아하는 바보들이다. 창가에 화분이 있고 지붕에서 비둘기가 노는 붉은 벽돌집이라고 하면 어떤 집인지 상상을 못하고 ‘십만 프랑이 나가는 집’이라고 해야 알아듣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unberg)의 눈에 비친 어른들도 이상한 어른들이다. 8살 때 부모님에게서 지구가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아무도 해결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8월 피켓을 들고 국회의사당 앞으로 갔다.
툰베리의 1인 시위는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 161개국 청소년 188만 여명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왜 공부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어른들도 반응했다.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 연설에 툰베리를 초청했다. 이 연설에서 툰베리는 “당신들은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당신들은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일갈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행사에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아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하원에 '기후변화 비상사태' 선포 및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툰베리는 21세기를 움직이는 인물이 되었다. BBC가 선정한 세상을 바꾼 10대,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과 다음 세대 리더로도 선정됐다. 지난 3월 노르웨이 사회당 소속 국회의원 3명은 툰베리를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지구의 위기는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상식이다. 1979년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가 나온 후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92년 6월에 브라질 리우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2015년 12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한다는 파리협약이 나왔다.
이를 위해 각국은 2020년부터 30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을 37% 감축키로 하고 2020년부터는 이의 단계별 목표에 미달한 국가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과키로 했다. 파리 협약에는 중국을 포함해 총 195개 국가가 서명했다.
하지만 실적은 지지부진이다. 트럼프 등장 후 미국은 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11개 주 정부가 협약이행을 선언했다. 세계 각국도 비슷한 양상이다. 위기라는 것은 알지만 알콜 중독자처럼 성장지상주의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중견기업 연합 등 민간 레벨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녹색경영을 연합회 차원에서 결의하는 등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지만 지방정부, 중앙정부 모두 이렇다 할 실적이나 계획을 내 놓은 것이 없다.
기후 학자들은 이대로 가면 지구 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3도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재앙이다. 가뭄과 홍수가 지금보다 두 배 많아지고 유럽의 4억 인구를 비롯한 해수면 상승으로 낮은 지대의 나라들은 침수 위기에 빠진다.
생물다양성에도 치명적이다. 학자마다 다르지만 지구상에는 약 800만종에 달하는 동, 식물 가운데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있으며 매년 수 천 종의 동, 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다.
물리학자 장회익 교수의 깨달음에 의하면 “자재(自在)하는 것은 우주 뿐, 모든 생물은 상호의존적이어서 개체의 생명활동은 다른 생물과 지구 ‘온 생명’을 보(補)한다.” 산업화 이후 인류는 타 생물의 멸종을 가속화 시키고 모태인 지구를 황폐화시켰다. 지구가 생명력을 잃으면 지구촌 생물들은 사체 속의 기생충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봐야 알겠지만 영화 기생충’은 웃겨주지만 실제상황은 웃을 경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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