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16조원 현금을 보유한 HMM이 해운업 위기를 기회로 바꿔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SK해운 인수 협상이 무산된 개별 선박 매입과 컨테이너선 신조를 동시에 추진하는 공격적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HMM은 SK해운 인수 협상이 무산된 개별 선박 매입과 컨테이너선 신조를 동시에 추진하는 공격적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사진=HMM)
HMM은 12억달러(약 1조6600억원)를 투자해 1만30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신조를 추진한다. 옵션 6척을 포함해 총 12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과 협상 중이다.
동시에 벌크선 직접 구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HMM은 올해 1월 글로벌 엔터프라이즈호(17만7000dwt급)를 2900만달러에 구매했고 5월에는 루이제 올덴도르프호(20만7600dwt급)를 약 5100만달러에 잇달아 매입했다.
이는 브라질 철광 업체 발레와 4억6200만달러(약 6362억원) 규모의 10년 장기계약을 위한 조치다. 해당 계약을 위해 벌크선 5척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 보유한 2척에 더해 나머지 3척 역시 중고선 매입을 추진 중이다.
벌크선 1척당 가격은 500억~600억원 수준이다. 사업부 인수 대신 선박 개별 구매로 방향을 돌린 만큼 당분간 공격적 매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개별 구매는 장기 운송계약 규모와 기간에 맞춰 필요한 선박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대응과 투자가 가능하다. 사업부 인수처럼 복잡한 조직 통합이나 부채 부담 문제 없이 선박 운항에만 집중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해운사들의 컨테이너선 발주 러시에 적극 대응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벌크선 사업도 확대하겠다는 전방위 공격 전략이다. MSC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CMA CGM이 12척 발주를 검토하는 등 '선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회사는 작년 9월 발표한 중장기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친환경 선박 11조원을 포함해 총 12조7000억원을 컨테이너선 사업에 배정해 선복량을 84척(92만TEU)에서 130척(155만TEU)로 늘린다. 벌크선도 현재 46척에서 110척(1256만DWT)으로 3배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컨테이너선 발주 러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대 확장을 멈출 경우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조선업계에서는 HMM의 국내 조선소 발주가 K-해운·조선 '원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벌크선은 컨테이너선과 달리 계약 단가의 변동폭이 작고, 장기 계약 체결이 비교적 용이하다"며 "올해 해상운임이 많이 낮아졌고 내년 시황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벌크 비중 확대가 실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해운 인수가 무산된 것은 매각 측인 한앤컴퍼니가 2조원대 매각가를 제시한 반면 HMM은 1조2000억~1조3000억원대를 제시해 눈높이 차이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글로벌 해운 재편기의 최종 승자가 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16조원 현금이 만든 전략적 여유가 예상보다 훨씬 공격적인 방향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