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희 산업부 부장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네이버와 함께 대한민국 인터넷 시대를 풍미했던 포털 다음이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돼 내쳐지고 있다. 카카오는 다음 분사를 단순한 '정리'가 아닌 진정한 '혁신'으로 이끌 묘책을 내놓을까.
카카오가 포털 '다음'의 분사를 추진하면서 한국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1995년 출범한 다음은 한국 인터넷의 태동기부터 성장기까지 함께해온 상징적인 서비스다.
2014년 카카오와의 합병 이후에도 네이버와 함께 국내 포털 시장의 양대 축을 형성해왔지만 이제 그 위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기로에 서 있다.
카카오가 밝힌 분사의 명분은 "독립성 확보와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서비스 경쟁력 강화"다. 실제는 점유율 추락이 이유로 보인다. 웹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다음은 국내 포털사이트 점유율 3% 미만이다. 이 같은 현실은 카카오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냉혹한 경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톡과 AI를 핵심 사업으로 규정한 이상 수익성이 떨어지는 다음은 명백히 비핵심 사업이다. 이번 분사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매각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카카오는 다음의 지분매각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다음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 포털 생태계 전체의 위기로 확장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자국 포털 서비스가 구글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중국은 자국 시장을 폐쇄해 외산 서비스 진입을 막았다. 일본의 야후재팬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로 변모했다. 러시아의 얀덱스도 정부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다음이 사라진다면 네이버 홀로 구글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시장 경쟁의 문제를 넘어 정보 다양성과 국가 정보 주권의 문제로 확장된다.
네이버 역시 포털 독과점이라는 비판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매년 국정감사에서 반복되는 뉴스 편향 논란이 네이버 하나만을 향하게 될 것이다.
다음의 분사는 반드시 서비스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독립 경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음카페와 같은 경쟁력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에 집중하거나, 야후 파이낸스처럼 특정 분야에 특화된 포털로 변모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변화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노조가 지적한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 통보"식 의사결정은 조직의 혁신 에너지를 소진시킬 뿐이다. 약 500명에 달하는 관련 인력의 처우와 고용 안정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는 어떠한 혁신 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
다음의 분사는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을 넘어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카카오는 이번 결정이 단기적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정리'가 아닌, 한국 인터넷의 미래를 위한 '혁신'이 되도록 책임 있는 접근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