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수년 전 도입 이후 제자리 걸음을 걷던 ‘AI 은행원’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묵은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로 '생성형 AI' 적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NH농협·카카오뱅크 등이 발 빠르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으면서 AI은행원 도입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 10개를 신규 지정했다. 지난 9월 1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혁신서비스 신청 기간 중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은 총 141건, 이 중 10건이 우선 신규 지정됐다.
업권별로는 은행 5건, 증권사 2건, 보험사 2건, 카드사 1건 등 은행권의 생성형 AI를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의 개발이 가장 활발했다.
신한은행은 ▲생성형 AI 기반 AI은행원 ▲생성형 AI 투자 및 금융지식 Q&A 서비스 등 2건을 신규 지정 받았다. 자연어 기반 금융 상담과 뉴스 요약, 시장흐름 정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월 오픈한 ‘AI 브랜치’에 AI 은행원이 실제 직원처럼 자연스럽게 고객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현재 AI 은행원은 입출금 계좌 및 예·적금 신규, 체크카드 신규, 외화 환전, 증명서 발급 등 64개의 창구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향후 외국어 실시간 번역 서비스도 도입된다. ‘AI 감정분석 시스템’에 외부 생성형 AI 모델이 적용되면 보이스피싱, 사기 등 이상거래 탐지 역량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KB국민은행은 ‘생성형 AI 금융상담 에이전트’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고객 질의 시 고객 친화적 대화·상담을 제공하는 AI 은행원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내부 업무생산성 향상을 주요 목표로 생성형 AI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용 챗봇을 비롯한 내부직원 업무효율 개선을 위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기획, 개발, 상담, 협업 등 업무 전반에서 변화를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와 금융당국의 규제 이슈가 해결된 이후 대고객 서비스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라며 “그룹 차원의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내년 2월 베타오픈, 4월 최종 오픈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생성형 AI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의 개발을 추진한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AI은행원, 고령층을 위한 상담 서비스 제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전국 지방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을 대상으로 번역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대화형 금융 계산기’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자연어 기반 금융상품 관련 이자·환율 등을 계산해주는 서비스다. 금융상품과 서비스 관련 다양한 계산을 지원하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예를 들어 대출 조건에 따라 월 원리금 납부 예상 금액을 계산해서 제공하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비율을 알기 쉽게 계산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우리은행은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AI은행원을 통해 복잡한 대출 상품 상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은행권 최초로 예적금 상품 상담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AI은행원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서비스 영역을 대출 상품으로 까지 늘린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 경험과 직원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해 생성형 AI를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향후 주택청약, 투자상품 등 특화 영역에도 확대 적용해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생성형 AI 기반 혁신금융서비스가 대거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지난 8월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이 발표되면서다. 급격한 IT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0년 묵은 금융권 망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망분리 규제 완화로 금융사들이 생성형 AI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대부분의 생성형 AI가 클라우드 기반의 인터넷 환경에서 제공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인터넷 등 외부 통신 활용 제한 등으로 인해 생성형 AI 도입에 제약이 있었다.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망분리 규제로 인해 활용하지 못했던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도입해 챗봇 등 고객 상담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챗봇 서비스는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일반적인 답변만 제공해왔다. 반면 생성형 AI가 적용된 AI은행원은 학습된 지식을 바탕으로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검색해 직원이 대화로 상담하듯이 자연스럽게 답변이 가능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수년전 메타버스가 그랬던 것처럼 은행들이 AI, AI 외쳤지만 AI은행원의 정확한 실체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생성형 AI가 적용되면 AI은행원이 학습하고 판단해서 고객한테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