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멀어 보이는서울시 ‘성평등 임금공시제’..산하기관 남녀 임금 '천차만별'

22개 투자출연기관 2만여 노동자 ‘성별임금격차 현황’ 9일 홈페이지에 공시
여성비율 18%로 낮고 평균근속 남성이 7.7년 길어..인식 전환 계기 '긍정적'

강재규 선임기자 승인 2019.12.09 10:34 의견 0
서울시청사 (사진=서울시)

[한국정경신문=강재규기자] 서울시 산하 기관들의 남녀 임금격차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시가 남녀의 평등한 노동출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에 발표한 ‘성평등 임금공시제’ 약속을 이행하면서 9일 내놓은 자료에서 나타났다.   

서울시는 22개 산하 투자·출연기관의 기관별 성별임금격차와 직급별 직종별 재직년수별 인건비구성항목별 성별임금격차를 이날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시(‘2018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성별임금격차 현황’)했다. 

국내 최초의 ‘성평등 임금공시제’ 시행이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 같은 노동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성별에 따른 비합리적인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한 임금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스위스,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3.8 성평등 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통해 ‘성평등 임금공시제’ 시행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임금은 소득세법상의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기본급, 시간외수당 등 제수당과 복리후생비, 기타 소득(복지포인트 포함) 등 모든 항목. 

다만, 기관별 수당체계의 차이로 인해 임금과 제수당으로 구분해 공시 정보를 분석해 도출됐다. 2018년 만근한 총 2만 2361명이 대상이다.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가 날로 확대되고 인식 전환이 이뤄지는 추세라고 하지만, 성별임금격차는 2000년 조사 이래 줄곧 서울시가 OECD 국가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노동 시민단체 기업 등 민간의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TF가 주도하고 22개 기관 노·사 양측이 소통·협력해 추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렇게 도출된 내용을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공동위원장 : 신경아 한림대 교수)가 심의?의결하고, 시가 최종 공시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 전 과정은 여성·노동학계, 시민대표, 기업인, 성평등·일자리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성별임금격차개선 TF’가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22개 투자출연기관 노·사 양측이 공감대 형성부터 임금정보 수집,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 등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이번 성평등 임금공시에 따르면 서울시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46.42% ~ –31.57%로 다양했다. 

‘성별임금격차’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의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격차가 30%일 경우 남성 임금이 100만 원일 때 여성 임금은 70만 원이라는 의미다. 마이너스(-)는 여성임금이 더 높은 경우다. 예컨대, -30%일 경우는 남성 임금이 100만 원일 때 여성 임금은 130만 원이라는 의미다. 

19개 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대한민국 성별임금격차(34.6% '17년 OECD 발표)보다 낮았다. 개선해야 할 격차가 엄존한다는 의미다.

서울연구원(46.42%), 서울산업진흥원(37.35%), 서울에너지공사(40.99%) 3개 기관은 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17년 기준, 34.6%) 보다 높았다.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은 기관도 있다. 서울여성가족재단(-31.57%)과 서울장학재단이다. 두 기관 모두 상위 직급 여성 비율이 높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관 전반의 여성 노동자 비율 자체가 낮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더 긴 점 등이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나는 근본적·구조적인 주요 문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시대상 전체 노동자 중 여성비율은 18%에 불과하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7.7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관일수록 여성의 비율은 1만5천여 명 중 8.7%로 매우 낮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은 175.1개월로 남성 231.3개월보다 짧았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30% 이하로 나타난 기관은 6개(△서울교통공사 8.7% △서울시설공단 22.0%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12.8% △서울주택도시공사 23.2% △서울에너지공사 16.0% △서울디지털재단 28.6%로).  이들 역시  상대적으로 성별임금격차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0다산콜재단, 서울여성가족재단과 같이 여성 노동자 비율이 더 높은 기관에서는 여성의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길고, 성별임금격차도 낮거나 오히려 여성임금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비율 86.3%인 ‘서울특별시120다산콜재단’의 경우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19.9개월로 남성(19.1개월)보다 길고, 성별임금격차는 6.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역시 여성노동자가 절반 이상인 ‘서울여성가족재단(69.8%)’과 ‘서울장학재단(57.1%)’도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아, 여성 비율이 성별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비율이 낮아지는 점, 건축?토목?기계 같은 분야는 남성 중심 직종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한 점도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상위직급(1~2급)에 여성이 없다.  건축, 토목 등의 직종이 많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상위직급(1~3급)에 남성이 88%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성별임금격차가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시절의 관행과 인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화되고 누적돼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남녀 차별적 기준선 자체를 바꾸기 위한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초의 공시를 통해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도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먼저 모범적인 선례를 보이고, 이 흐름이 민간까지 이어져 오랜 기간 누적된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사회적 인식을 전환해 나아가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을 모은다.
 
신경아 서울시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시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사가 상호 존중하고 협력해 국내 처음으로 성평등임금공시를 시행할 수 있었다"며 "독일 등 유럽의 경우도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개선 의지를 통해 성별임금격차를 줄였다. 서울시의 이번 공시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차별 없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길고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평등임금공시의 목적은 성별임금격차 발생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해 실제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있다"면서 "성별임금격차 개선은 남녀의 평등한 노동출발선을 만드는 핵심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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