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카트 총리가 2년 전 발생한 탐사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임할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몰타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가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지난 11월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무스카트 총리가 2년 전 발생한 탐사기자 피살 사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면서 결국 자진사퇴의 길을 택할 것으로 전했다.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가 피살된 사건을 사주한 배후 인물이 재판에 넘겨지고 노동당의 새 대표가 선출되면 자진 사임할 예정이라는 것. 

무스카트 총리는 노동당 새 대표가 선출되는 당일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스카트 총리가 소속된 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그는 곧 떠날 것이라고 말했고 지금이 떠날 때라고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조만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임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갈리치아(사망 당시 53세)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치권이 연루된 각종 부정부패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0월 자택 인근에서 의문의 차량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경찰 수사는 사건 배후를 잡아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했지만 지난 11월 20일 새벽 몰타 최대 부호로 꼽히는 유력 기업가 요르겐 페네치(37)가 살해 용의자로 체포되며 급물살을 탔다. 이후로 내각 핵심 인물들이 줄지어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사건은 정권 차원의 부정부패 의혹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크리스티안 카르도나 경제부 장관이 지난 11월 23일 경찰 조사를 받았고 무스카트 총리의 최측근이자 절친인 케이스 스켐브리 총리 비서실장도 지난 11월 26일에 체포됐다. 콘라드 미치 관광부 장관 역시 경찰 조사를 앞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기해 이들 3명은 일제히 사퇴하거나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치적 안팎에서 무스카트 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무스카트 총리는 지난 2013년 3월 정권을 잡아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등 비교적 건실한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부정부패, 정실인사, 환경 파괴 등의 오점을 남겼다는 부정적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페네치는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에서 진실을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갈리치아는 죽기 8개월 전 페네치가 두바이에 설립한 '17 블랙'이라는 정체불명의 회사를 통해 정계 고위 인사들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 회사가 스켐브리와 미치가 세운 개인 회사에 자금을 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페네치는 지난 11월 20일 새벽 고급 요트를 타고 몰타 영해를 벗어나려다 해상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자신에게 지워진 형사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대가로 사건에 대해 아는 바를 모두 진술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스켐브리가 갈리치아 살해를 지휘한 배후 인물이라고 폭로하며 정치권으로 수사 방향을 돌린 것도 페네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