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국회 앞에서 고공 단식농성중이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50) 씨가 건강 악화로 단식 24일만 서울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자료=KBS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국회 앞에서 고공 단식농성중이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50) 씨가 건강 악화로 단식 24일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씨가 29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이날 단식 농성장에서 최씨를 진료한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이보라 소장은 "최씨가 가슴이 아프고 숨쉬기가 어렵다고 해서 급히 농성장을 찾았다"며 "진료 결과 건강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상태라 이송을 권유했고 본인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50대 남성이 단식할 경우 최씨처럼 물과 소금만을 섭취하면 탈수와 전해질 장애 증상이 나타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특히 최씨는 지병도 있고 새벽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환경이 열악해 회복하기가 더욱 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아직 단식 자체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추후 병원에서 건강 상태를 주시하며 단식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지난 6일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지붕에 올라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최씨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목적으로 3000여명의 장애인이나 고아 등을 불법으로 감금하고 강제 노역시킨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이 운영된 12년간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이른다.
한편 단식 농성기간 최씨는 물과 소금 외에는 음식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메트로 9호선 관계자들은 최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농성장소로 향하는 입구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9호선 시설물을 관리하는 서울시메트로 9호선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시설물을 보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철조망을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지붕으로 사람들이 추가로 올라갈 경우 부상당할 우려가 있어 경찰이 시설물 보강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