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현대차가 차량 결함 가능성으로 급발진이 인정돼 1심에서 무죄 판정을 받은 사고에 운전자 과실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계속 밟았다는 주장이며 국립과학수사원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차량 결함을 부인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3형사부는 최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 사건에 대한 A(56세)씨의 항소심 공판에 국과수 소속 B 연구원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사건의 사고 차량은 2010년식 현대차 그랜저로 지난 2020년 12월 29일 A씨는 서울 성북구의 대학교 내 광장을 가로지르다 대학 경비원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사고 후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블랙박스 영상과 도로교통공단 주행 분석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차량 결함 가능성을 인정하며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에 나섰으며 검찰의 요청에 현대차 측은 차량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를 항소심 재판부가 의견서의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재판부는 B씨의 감정서를 토대로 작성된 의견서의 추가 질문을 위해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고 세부 내용을 물어봤다.
급발진 의심 차량 감정서를 작성한 B 연구원은 감정서에서 사고 직후 차량 브레이크(등)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제동력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감정했다.
이에 현대차 측은 브레이크페달로 착각해 가속페달을 밟아 발생한 사고로 차량 급발진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속페달을 밟은 강도가 50% 미만인 이유에 대해선 "운전자는 브레이크페달은 한번 밟았다가 작동하지 않으면 뗐다가 다시 밟기를 반복한다"며 "브레이크로 착각한 가속페달을 이런 형태로 밟게 되면 속도가 느리게 돼 가속페달을 적게 밟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레이크등이 9차례 깜빡인 점을 두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관습적으로 밟다 브레이크 페달을 미미하게 건드려 짧은 시간 점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0.09, 0.03초 등 0.1초 미만 간격으로 9번 브레이크등이 깜박인 것을 두고 의문을 나타내며 B씨의 의견을 구했다.
B씨는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브레이크를 착각해 가속페달을 밟았다면 최대치의 50% 이하 강도로 밟는 것이 가능한지도 질문했다.
이에 B씨는 "통상적인 급발진 추정 사고 기록을 살펴보면 차량 가속페달을 밟은 강도는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은 현대차 측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한다며 의견서 한계를 지적했다.
A씨 법률대리인인 천대웅 변호사는 "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착각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은 게 사고 원인이라는 건데 사고 상황에서 50% 강도가 안 되는 힘으로 꾸준히 가속페달을 밟으며 운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현대차 측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소심의 결과는 의견서에 대한 변호인 의견을 들은 후 오는 10월 10일 선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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