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송호성 ‘품질경영’ 이대로 괜찮나..EV6 부품 누락부터 리콜 굴레까지

EV6 부품 빠진 채 공급..위자료 판결
포르테·텔루라이드·K9 등 잇단 리콜
송호성 사장, 품질혁신 구호 무색 지적도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6.24 14:14 의견 0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앙재동 기아 본사에서 열린 기아의 제8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기아)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송호성 기아 사장이 강조한 ‘품질경영’이 개선될 기미 없이 흔들리고 있다. 매년 품질 이슈로 리콜이 반복되는가 하면 전기차 EV6의 핵심부품이 빠지는 조립 불량으로 법정까지 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송 사장의 품질경영 기치가 무색해지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24일 YTN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기아의 EV6가 핵심 부품이 누락된 상태로 공급된 것과 관련해 사측에 위자료 지급을 판결했다.

앞서 기아는 2022년 당시 신형 전기차 EV6의 부품인 배터리팩을 고정하는 볼트를 빠뜨린 채 고객에 인도했다. 고정 안 된 배터리팩이 운행 중 움직이면서 냉각수까지 샌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기아는 '차량 생산 과정에서 조립 불량이 발생해 고객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 A씨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달 법원은 기아가 A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아의 주요부품 조립이 완전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A씨가 차량 정비를 받는 등 차량 이용에 불편을 겪은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조립 불량이 차량 자체의 하자나 차량의 가치 감소를 가져오는 결함은 아니라며 나머지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차량 결함 사례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결함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한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기아 텔루라이드. (자료=기아)

■ 포르테·텔루라이드 등 리콜 반복..“품질혁신 구호 무색” 지적도

차량의 중요 부품이 빠진 채로 공급돼 소비자 불편을 일으킨 이번 사례와 별개로 리콜 이슈도 기아의 품질경영과 신뢰도,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아의 포르테 1만9291대는 전자제어 유압장치 내구성 부족으로 이달 12일부터 시정조치를 이어오고 있다. 또 봉고3의 1만1896대 중 1만1784대는 액화석유가스(LPG) 탱크 제조 불량, 나머지 112대는 엔진부 고압 펌프 제조 불량으로 같은 달 리콜 조치했다.

핵심 공략지인 미국에서도 리콜 굴레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7일에는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텔루라이드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차량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팔린 총 46만3000대다.

앞서 이 차량 좌석 밑에서 불이 났다는 사고 1건과 좌석 모터가 녹았다는 6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기아는 문제 해결을 위해 좌석 전동 조절 스위치의 후면 커버를 고정하는 부품(파워 시트 스위치 백 커버용 브래킷)을 설치하기로 했다. 좌석 슬라이드 손잡이도 교체한다.

텔루라이드에 앞서 스팅어와 K9도 올들어 미국서 리콜했다. 총 3만6248대로 엔진오일 누출에 따른 화재 위험성을 우려한 조치다.

기아는 결함이 발생한 부품에 열화되기 쉬운 소재가 쓰인 것을 파악했다. 딜러를 통해 개선된 부품으로 바꾼단 계획이다.

반복되는 리콜을 두고 시장에서는 위험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란 긍정적 평가와 함께 제작 과정상 문제가 발견되는 횟수가 해마다 늘고 있단 우려가 공존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철학을 이어받아 줄곧 품질경영을 강조해 온 송 사장의 품질혁신 구호가 무색해졌단 지적도 마찬가지다. 리콜 관련 품질 비용 역시 향후 실적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송 사장은 올 초 신년회에서 “품질 개선 활동으로 출고 직행률 95%를 달성해 최상위 품질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신년사에서는 “지속적인 품질혁신과 고객 최우선 가치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 관계자는 “지속적인 개선으로 모든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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