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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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10:18 | 최종 수정 2024.06.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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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심리전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에서 오물을 매단 풍선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불쾌감을 넘어서서 혹시나 저들이 풍선 속에 생화학적으로 위험한 물질을 넣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 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북측이 “쓰레기에는 쓰레기로 되 갚아준다”는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남측에서 탈북자단체를 중심으로 북으로 띠워 보내는 대북전단에 대한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표출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우리측 탈북자 중심의 민간단체들은 2010년 경부터 남북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북으로 보내는 활동을 벌여 왔는데, 북측은 전단 살포 행위 자체는 물론 그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아왔다.
최근 전단을 살포한 민간단체는 전단 30만장에 K팝, 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를 풍선으로 날려 보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그 내용물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거의 예에 비추어 보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특정 동물에 비유하는 조롱 섞인 그림과 더불어 북한 지도자 부인의 얼굴을 성적으로 합성한 삽화를 포함시키는 등 전문가들은 북에서 말하는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저주와 비난이 대북 전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대북전단을 통해서 북한 주민에게 자유 대한민국의 실상을 전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겠다는 숭고한 목표에 비하여 대북전단의 살포 방식이나 일부 내용은 저급하고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해서는 접경지역 주민들과 민간단체가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 일반 국민의 여론과 시선도 그렇게 고운 것만은 아니다. 6월 14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북한의 오물풍선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된 우리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정부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30% 국민은 정부가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대북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행위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관련 조항은 전 단등 살포를 금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징역형 등을 두고 있으며, 그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조항으로 북한의 적대적 조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이로써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될 것인지, 나아가 남북 간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를 지향하는 국가의 책무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이 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 그렇다면 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고 있는데, 주로 전단살포 금지를 위반한 행위자를 범죄자로 보고 벌칙을 적용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내용이다. 위헌의견은 그 대안으로 “반드시 형벌권의 행사가 아니더라도, 전단 등 살포행위 전에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그 신고에 대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ㆍ신체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남북간의 저급하고 위험한 전단살포, 풍선부양을 금지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발전적으로 부활시키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해병대원, 영부인특검법도 중요하지만 안보와 평화가 민생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부활시킨다면 당장 나올 수 있는 비판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국회가 다시 개정하는 것은 이른바 반복입법에 해당하며,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반복입법 여부에 대해서 “어떤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입법목적이나 동기, 입법당사자의 시대적 배경 및 관련 조항들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실질적으로 동일성이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위헌으로 선언된 벌칙을 폐지하고 전단살포행위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대응 체계를 바꾸는 경우 위헌시비를 피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대북전단 금지전략을 “형사적 처벌”에서 “행정적 대응”으로 발전적인 선회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물론, 경찰의 성의 있는 행태가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마침, 미국이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해 우리 정부가 대북확성기를 재개하고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는 등 대북 강경책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남북이 저급하고 위험한, 효과보다는 상호 간의 감정만 상하고 분노조절에 실패한 듯한 모습이 미국에게도 우려스럽게 보인지 모른다. 따라서 한미관계를 고려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남북의 행위가 세계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생각하면 솔직히 창피하고 모골이 송연해진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선진 반열에 들어간 부강한 국가다. 우리보다 한참 모자라는 북을 상대하는 전략도 그만큼 유연하고 담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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