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HD현대와 한화오션이 특수선에 이어 친환경 해상풍력 시장으로 접전지를 넓힌다. 해양플랜트 제작 노하우와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관련 사업 인수나 투자에 나서는 등 두 회사의 ‘해양 밸류체인’ 구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대형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선(WTIV) 1척을 진수했다. 이 설비는 15MW(메가와트)급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5기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다. 지난 2021년 카데랄로부터 인수했다.
이로써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총 2촉의 WTIV를 인도했고 2척의 대형 WITV를 건조 중이다. 국내 조선사 중 최다 실적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플랫폼 형태의 차세대 WTIV를 독자 모델로 개발했다. 육상 건조한 해상풍력발전기를 운송 및 설치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해상풍력을 향한 투자 배경은 성장성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기 용량도 최근 기존 10MW 이상으로 대형화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시장내 필요한 WTIV선을 100척 이상으로 추산했다. 척당 가격(3000억~4000억원)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최소 30조원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HD현대도 해상풍력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과 함정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확대를 위해 필리핀 수빅 야드 일부 부지와 설비를 임차하기로 결정했다.
또 HD현대중공업은 같은 시기 스코틀랜드 경제개발기구들과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외 제작지기 구축으로 해상풍력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HD현대는 10MW급 한국형 해상풍력 부유체 모델 공동 개발을 완료하고 제주·울산 등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동해 석유가스전 '해양플랜트' 수혜 관측..계약금액 조단위
해상풍력 시장 공략에 필수인 해양플랜트 경쟁력을 키우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조선업계가 영위하는 복합 해양플랜트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는 '바다 위 LNG(액화천연가스) 공장'으로 불릴 만큼 유망 사업이다.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 등으로 액화해 저장·하역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한 기당 계약금액이 조단위로 수익성 확보에도 적격이다.
특히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수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해저시추 작업에 필수인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조선업계가 수주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도 이런 성장성을 눈여겨 보고 일찌감치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한화그룹으로부터 양수한 해상풍력과 플랜트 사업을 키워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의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 제조업체 다이나맥홀딩스의 지분 21.5%를 약 910억원에 사들였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 말 기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11억66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작년 2000만달러에 그쳤던 실적보다 5730% 폭등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에 대해) 동해 바다 특성상 심해인 점을 고려하면 FLNG의 사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한국 조선소 수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의 경우 조선업계의 미래먹거리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해양플랜트 부문은 추후 유가 상승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발주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호황은 아니지만 과거와 비교해 시장이 살아났고 동해 가스전 이슈로 국내 조선소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라며 “해상풍력은 친환경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시장 규모가 나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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