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시스템통합(SI) 기업 현대오토에버가 채용 갑질 논란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3일 연합뉴스와 ICT업계에 따르면 IT 엔지니어인 A씨는 올해 1월 16일부터 진행된 현대오토에버 1분기 경력 공채에 지원했다. 서류 전형과 온라인 인성검사 및 직무 역량 과제 테스트, 1차 면접, 2차 면접을 거쳐 지난 4월 11일 이메일로 면접 합격 통지를 받았다.

면접 합격자는 전형 절차에 따라 처우 협의 및 채용검진 이후 입사가 이뤄진다.

A씨는 입사를 위해 ▲재직기간 최근 2개년 매월 상세 급여 명세서 ▲연봉계약서 ▲인센티브 명세서 ▲원천징수영수증 ▲전 직장 경력·현 직장 재직 증명서 ▲현금성 복리후생 관련 항목 및 상세 금액 증빙 자료 ▲대학·대학원 졸업 증명서와 성적증명서 ▲어학 성적·자격증 증명서 ▲보훈 대상자 및 장애 관련 서류 ▲국민연금 가입자 가입증명원 등 각종 회신서류를 제출하고, 최종 직급의 승진 기준일과 최근 직장의 직급별 승진 연한을 회신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A씨는 4월 17일 채용 검진과 서류 회신을 마쳤다. 같은 달 23일 현대오토에버 인사담당자는 A씨에 전화를 걸어 재직 중인 회사의 인센티브 규정과 연봉에 대해 상세하게 질문한 뒤 다시 안내하겠다고 했다.

서류를 낸 지 13일 후인 4월 30일 인사담당자는 유선으로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경험이 당사가 필요로 하는 요건과 부합되지 않아 더 이상 채용 전형 진행이 어렵게 됐다"며 불합격을 통지했다.

A씨는 현 직장에서 받는 연봉이 현대오토에버 내부 임금 테이블과 맞지 않아서인지 또는 다른 사유가 있는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내부 사정에 따른 채용 취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의 사연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120여개 댓글이 달리는 등 화제가 됐다.

해당 게시글에 여러 현대오토에버 직원들은 "이렇게 취소됐다는 케이스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제가 다 안타깝다", "지원자 생각하면 절대 저러면 안 된다", "어이없다. 대신 사과드리고 싶다" 등 사측을 비판하는 반응을 쏟아냈다.

처우협의를 위한 서류를 받아 갔지만 연봉협상을 하거나 연봉을 못 맞춰 줄 것 같아 채용하기 어렵다는 등 사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불합격 통보한 것이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한 현대오토에버 전형 합격자가 지난 2022년 10월 블로그에서 2차 처우 협의까지 마치고 재직 중인 회사에서 퇴사했다가 '내부 사정에 따른 불합격' 통보 메일을 받은 사례를 소개한 글도 회자됐다.

한 스타트업 재직자도 "현대오토에버에서 아직 이 부분 개선 안 됐나 보군. 합격 후 취소 경험 저도 겪었다"는 글을 올렸. 다른 기업 직원도 "아는 분도 당함. 퇴사 일자까지 얘기된 상태에서"라는 글도 올라왔다. 때문에 유사 사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현대오토에버 측은 "2차 면접 합격통보 메일에 최종합격 단계가 별도로 있음을 공지했다"며 유사사례 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를 두고 장기간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방대한 개인정보를 취득한 경우 기업이 자발적으로 불합격 사유를 설명해주는 등 채용 관행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정경신문 이정화 기자 joyfully3355@naver.com 이정화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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