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확대하자’ 제약 업계, 시장 훈풍 타고 주주가치 제고 속도

자사주 소각 기업, 지난달 66곳 집계..전년대비 144% 증가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맞물려..자사주 매입해 경영권 강화 목적도

서재필 기자 승인 2024.04.09 15:15 의견 0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달 주주총회를 마치고 연이어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결정을 내리고 있다(자료=셀트리온, 한미그룹)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하는 방향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달 주주총회를 마치고 연이어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는 대형제약사들의 신약개발 및 파이프라인 구축이 탄력을 받으며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배당에 인색했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도 대폭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맞물렸다. 지난달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면서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실제로 8일 한국ESG연구소가 지난달 정기주총 시즌 분석 대상 기업 689개사와 안건 4528개를 조사한 결과 자사주 소각을 실시한 기업은 66개사로 집계돼 전년대비 144% 증가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6개월간 100억 규모의 자사주를 매수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공시했다고 9일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이달 9일부터 오는 10월 8일까지 유안타증권과 하나증권을 통해 각각 70억원, 30억원씩 매수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4일 발행주식 총 수 6695만 6940주의 2.24%에 해당하는 156만 5390주를 취득한 뒤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27억원에 달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4일 이사회를 거쳐 송영숙 회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를 알렸다. 화합 분위기를 형성한 만큼 앞서 경영권 분쟁에서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6일부터 26일까지 78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취득했다.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달 1조 2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진출과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확대로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이슈가 연이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1월에는 종근당과 경동제약이 각각 150억원, 12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공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동참하는 분위기”라며 “자사주를 사들여 지배 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한편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면서 주주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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