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의 뚝심'..한화, 아시아나 인수 대신 항공부품 산업에 집중 '잭팟'

장원주 기자 승인 2019.11.07 16:32 의견 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P&W·GE와 함께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로 꼽히는 영국 롤스로이스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 부품을 공급한다.

이번 계약은 '재계의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불리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신의 한 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신에 항공부품이라는 소재 부문 공략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일(현지시간) 영국 더비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 생산 공장에서 신현우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롤스로이스와 최첨단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계약 체결식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급하게 될 엔진 부품은 롤스로이스가 생산하는 모든 기종의 트렌트 엔진에 장착되는 터빈 부품이다. 에어버스 'A380'에 쓰이는 '트렌트900' 엔진용 모듈 등 10종의 핵심 부품을 납품하며 계약 규모는 10억달러다.

2021년 납품을 시작해 2045년까지 25년간 공급하며 2045년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엔진의 수명 연한까지 공급 물량이 추가 확대될 수 있다. 이번 계약 물량은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사업장에서 생산해 납품하게 된다.

이번 수주는 지난해 12월 완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이 큰 밑거름이 됐다. 한국 공장(경남 창원)보다 저렴한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품질은 같은 수준을 달성해 롤스로이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 공장 엔지니어들을 베트남에 파견해 핵심 경쟁력인 제조 시스템을 전수했다. 베트남 현지 생산 인력들도 국내에서 수개월간 연수를 받으면서 생산 노하우를 습득했다.

그동안 주로 엔진 케이스 등을 공급해 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엔진의 핵심인 터빈 부품 사업에 새롭게 진입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롤스로이스의 전략적 파트너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혜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이 있지만 '출혈경쟁'은 불가파하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소유하고 있고 적재적소한 M&A로 그룹을 키워간 김승연 회장의 경영 스타일로 아시아나항공의 유력 인수자로 뽑혔다.

하지만 한화는 처음부터 아시아나 인수설을 부인했다. '실속 없는 회사를 거느리니 내실을 기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지난 6월 한화그룹이 항공기 부품에서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 여객 수요와 물동량 증가 등으로 세계 항공기 엔진 부품시장은 2025년 542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등 연간 6%대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이에 맞춰 오는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과 방위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4조원을 투자할 것을 밝히며 항공사업 육성의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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