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훔칠 차에서 ‘사고픈 차’로..美 사법리스크 깨고 토요타·혼다 제쳐

차량 도난 집단소송 약 2000억원에 합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보상금 지급 등
안전평가 최다 수상·역대급 판매량 경신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3.04 11:39 의견 0
현대차·기아가 차량 도난 집단소송과 관련해 차량 소유주들에 최대 1억4500만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자료=현대차그룹)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에서 ‘훔치기 좋은 차’라는 인식을 깨고 ‘사고 싶은 차’로 안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도난 사례 급증으로 지자체 소송이 잇따르자 절도 방지 장치와 소프트웨어 강화, 보상금 지급으로 사건 수습에 몰두하고 있다. 보안 강화와 더불어 안전평가서 토요타·혼다 등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미국 공략에 파란불을 켰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 법무 대리인인 하겐스 버먼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두 회사가 차량 도난 집단소송과 관련해 차량 소유주들에 최대 1억4500만달러(약 1931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1년부터 2022년 사이 현대차·기아를 사거나 리스한 후 도난당한 고객은 이날(4일)까지 합의금 지급 통지를 받는다.

이번 집단소송은 현대차·기아가 해당 차들에 이모빌라이저를 설치하지 않아 도난에 취약해졌다는 소비자들 주장에 따라 제기됐다. 영향을 받은 차량은 90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빌라이저는 최신 자동차에 일반적으로 설치되는 도난 방지 장치다. 설치 비용은 50~160달러 수준이다. 두 회사는 소송 관련 차주들을 대상으로 무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보상금 지급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피해 고객과 지역사회 지원을 위해 종합적 조처를 하고 있고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지속 개선으로 모든 제품의 품질과 완전성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6. (자료=현대차)

■ 3년간 도난 사고 10배 뛰어..안전 장치·소프트웨어 강화

앞서 현대차·기아는 이른바 ‘절도 챌린지’의 타깃이 되면서 미국의 차량 절도량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뉴왁시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관내에서 1178대의 현대차와 723대의 기아차가 도난당했다고 발표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의 도난 사고는 최근 3년간 10배 이상 뛰었다.

2020년 상반기에는 현대차·기아 차량 1000대 중 약 1.6대가 도난당했다. 작년 상반기 들어서는 도난 신고가 1000 대당 11.2대로 치솟았다.

당시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현대차·기아 차량을 절도하거나 절도 당한 영상들이 퍼졌다. 관련 영상에서는 “현대? 더 쉽게 훔칠 수 있다” 등의 글과 함께 특정 차량을 훔치는 법을 알려주는 틱톡 챌린지가 열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스테이트 팜과 프로그레시브 등 현지 대형 보험사들도 도난 위험이 유독 높다며 현대차·기아 차량에 대한 보험 가입을 거부한 바 있다.

소송도 연이어 벌어졌다. 미 전국 10개 보험그룹 산하 68개 보험사는 현대차·기아의 도난 급증으로 피해액이 6억달러에 달한다며 현대차 미국 법인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냈다.

이밖에도 뉴욕시와 워싱턴주 시애틀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시 등 10곳을 넘는 지자체가 소송전에 가세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북미에서 약 100만대 차량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마치고 자동차 도난 방지 장치인 스티어링 휠을 무료 교부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제네시스 GV60. (자료=현대차)

■ 美안전평가서 토요타·혼다 제치고 1위..판매량 최고치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미국에서 차량 도난과 대규모 리콜(시정조치) 등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반면 빠른 품질 개선과 친환경 기술로 브랜드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평가에서 토요타·혼다 등 경쟁사를 제치고 가장 많은 ‘톱 세이프티 픽(TSP)’ 이상 등급을 받았다.

또 미국 최대 경제 전문 방송사 CNBC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어떻게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기업이 됐을까’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방영했다.

CNBC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선두권 업체와 간극을 좁히고 있다”며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미래항공 모빌리티 등 다른 경쟁 업체들이 포기하는 영역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대차 아이오닉6는 미국내 판매 중인 2024년형 신차 중 연료소비효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문에서 경쟁사인 테슬라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매량도 상승세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달 6만341대를 팔아 2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65만대2821대를 판매해 현지 진출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뉴욕 오토쇼에 참가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역량을 강조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차량 탑승객과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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