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영훈 기자] "모두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
학전의 김민기 대표의 마지막 인사이다. 학전블루 소극장이 오는 3월15일 문을 닫는다.
1991년 3월15일 개관 이후 한국공연문화의 못자리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학전블루 소극장은, 학전이 주최하는 마지막 공연인 학전 어린이 무대 '고추장 떡볶이'(2월24일 종연)와 33팀의 가수, 학전 배우들이 마련한 '학전, 어게인 콘서트'로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23일 밝혔다.
1991년 3월15일,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개관하면서 출발한 학전은 그동안 한국 대중문화사에 크고 작은 궤적을 만들어 왔다. 33년간 총 359개 작품을 기획, 제작해 오면서 수많은 공연예술인들의 성장 터전이자 수많은 관객들의 삶 속에 함께 한 공간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전블루와 학전그린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시발점이 됐고, 연극, 대중음악, 클래식, 국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 공간으로 동시대 우리의 삶과 시대정신이 살아 숨쉬는 소극장 문화를 일궈왔다.
특히 최초의 기획 프로덕션, 최초의 라이브 뮤지컬, 원작 저작권료 면제, 장기 상설공연, 최초 중국진출 뮤지컬 등 수많은 기록을 남긴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우리의 정서와 노랫말이 살아 숨 쉬는 완성도 높은 한국적 뮤지컬을 선보이며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4년부터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연에 집중해, 학전 어린이 무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복서와 소년', '아빠 얼굴 예쁘네요'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척박한 어린이 공연문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10월,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병환으로 학전블루 소극장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접한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학전의 사정이 외부로 알려졌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다. '학전'이라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창작공간활성화 지원사업을 위해 대학로 내 공연장이 필요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학전소극장을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한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학전과의 최종 협의 없이 보도된 내용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 소극장'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학전블루 소극장의 운영은 3월15일 종료된다. 학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하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33년간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블루 소극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오롯이 좋은 공연을 위한 공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학전 어게인의 정신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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