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배터리·반도체 필승카드 통할까..곽노정·이석희 흑자 전환 '특명'

SK온 이석희 신임 사장, 수율 최적화 '관건'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 D램 우위 선점 '핵심'
SK 대대적 인사.."각 사가 준비된 인사 한 것"

이정화 기자 승인 2023.12.11 11:11 의견 0
SK가 지난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임원 인사 내용을 공유·협의했다. 사진은 SK서린사옥 전경. (자료=SK)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SK그룹이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사령탑 정비를 마치고 쇄신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의 단독 대표를 맡은 곽노정 사장과 SK온의 새 수장 이석희 신임 사장이 모두 '적자 탈출' 특명을 안고 출격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지난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임원 인사 내용을 공유·협의했다.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능력주의 기반으로 이뤄졌다. 특히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의 쇄신 인사가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사장으로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이 퇴진하고 곽노정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를 맡도록 했다.

■ SK하이닉스 곽노정, HBM 1위 경쟁력 유지·수익 반등 준비

SK하이닉스와 SK온 수장의 공통 과제는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거다. 이 중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혹한기가 끝자락에 도달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적자 탈출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곽노정 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약 30년간 메모리 반도체 공정 연구부터 제품 개발, 제조 등 R&D(연구개발)와 생산 현장을 두루 거치며 D램, 낸드 개발과 생산을 주도한 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HBM(고대역메모리)과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등 고부가 D램 부문의 선두 업체로서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와의 D램 점유율 격차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최근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와 CEO 직속의 '기반기술센터'가 신설된 만큼 곽 사장의 기술 지휘도 보다 수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분기부터 적자일로였다. 올 3분기에는 HBM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D램 부문이 흑자로 돌아섰다.

이를 토대로 증권가에서는 4분기 흑자 전환을 점치고 있다. 내년에는 3년 만에 최대 영업익(8조3671억원)을 올릴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고객사 인증을 마치고 HBM3E 공급을 개시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HBM 부문에서 경쟁력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HBM을 중심으로 AI 메모리를 선도하는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며 "이런 흐름에 맞춰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AI 경쟁력을 공고히 하고 고객 요구와 트렌드에 부합하는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SK온 이석희, 전기차 둔화 우려 속 수율·생산 안정화 관건

이석희 SK온 신임 사장 역시 흑자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2년째 이어지는 적자를 탈피하려면 수율과 생산 안정화를 이끄는 게 관건이다.

이 사장은 인텔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쳐 SK하이닉스 D램 개발부문장, 사업총괄(COO)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뒤 반도체 기술력 제고와 사업 다변화로 안정적인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그가 SK온의 새 사령탑으로 적임자라는 평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반도체와 달리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로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등 업황 악화를 겪고 있다. 이 사장은 제조업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배터리 수율 최적화와 생산성 향상을 신속히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들어 적자폭이 크게 줄고 해외 공장 수율도 90% 이상 올라온 만큼 상승세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사장 선임 배경에 대해 "인텔 기술상을 3차례 수상하는 등 글로벌 제조업 전문가로서 SK온을 첨단 기술 중심의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기업으로 진화시킬 최적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 SK 대대적 인적 쇄신 "준비된 인사"

SK는 이밖에도 세대 교체에 칼을 빼들었다. 우선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그룹 2인자'로 불리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 지동섭 SK온 사장을 SV위원회 위원장에,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 앉혔다.

SK㈜ 사장에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을, SK이노베이션 사장에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을, SK실트론 사장에는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을, SK에너지 사장에는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를 선임했다.

앞서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거나 거취를 옮긴다.

SK 관계자는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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