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보복하다 멍든 미국..이스라엘에 '대규모 지상침공 말라'

최경환 기자 승인 2023.10.20 09:34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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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문 후 귀국길에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대화하는 바이든 대통령 (자료=AP/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이 이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양국이 다른 대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미국과 가자지구 전면 침공에 대한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지상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지상 공격)과 어떤 대안이 있는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미군이 이스라엘군과 대안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도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지상 공격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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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자료=EPA/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이스라엘을 방문한 미국측 인사들은 22년 전 9·11 테러의 교훈을 언급했다. 그들은 미국이 장기적인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국민적 분노를 달래기 위해 군사적으로 서두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같은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에서 한 연설에서 9·11 테러를 언급하며 인도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과잉 보복'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완곡하게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당신들이 분노를 느낄 때 그것에 잠식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며 "9·11 이후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우리가 정의를 추구하고 그것을 얻는 동안 실수도 했다"고 했다.

특히 미국 당국자들은 대규모 지상 공격이 이스라엘 북부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을 촉발해 '두 개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또 이스라엘의 대규모 지상 공격이 인도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고 하마스를 파괴하는 데 성공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자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를 폭격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스라엘에 맞서는 새로운 전선이 열릴 것이라고 거의 연일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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