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책위 패싱하고 한전 사장 선임안 찬성..“외부 자문기관 권고 따라”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9.22 09:14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 18일 열린 한국전력공사(한전)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된 김동철 사장 선임 안건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를 거치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국민연금은 민감한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책위를 거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해왔다.

18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한국전력공사 사장 임명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결과’ 자료를 보면 연금공단은 김동철 전 의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온 한전 임시주총에서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한전 지분 6.55%를 가진 주요주주다.

기금운용본부는 자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한전 사장 선임안건에 대해 찬성 권고를 받고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주주권과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실무투자기구인 기금운용본부의 내부투자위원회가 행사한다. 하지만 한전 사장 선임건과 같이 의결권 행사 판단이 곤란하거나 논란이 예상되는 경우 자체적으로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수책위에 맡겨 왔다.

수책위는 2018년 7월 말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구성한 조직이다.

외부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책위는 ‘안건 부의 요구권’이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민간 전문위원 3명 이상의 요구로 이사 선임이나 합병 등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찬성, 반대, 중립 등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는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지난 3월 수책위 상근 3명, 비상근 위원 6명 등 위원 9명 모두를 가입자(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단체로부터 추천받도록 한 운영 규정을 바꿔 비상근위원 6명 중 3명은 전문가 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도록 변경했다.

최혜영 의원은 “막대한 부채로 어려움에 부닥친 한전 사장에 사실상 비전문가 정치인을 선임하는 데 대해 자문사 간의 찬반이 엇갈린다면 기금운용본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수책위에 넘겨서 판단을 받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기금본부가 또다시 삼성물산 때처럼 수책위에 넘기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동철 한전 신임 사장은 광주 광산구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1961년 한전 주식회사 발족 후 62년 만에 탄생한 첫 정치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