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르면 오는 10월 중고차 판매 사업을 개시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상장사 영업익 톱'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 명함을 내민다. 신차 시장의 2배로 커진 중고차시장에서 현대차가 성공할 경우 한국전력을 제치고 '상장사 매출 2위' 타이틀을 거머쥘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오는 10월 중고차 판매 사업을 개시한다. 지난 2020년 10월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지 3년 만이다.
당초 현대차는 올해 1월 중고차 시범사업에 나서고 5월께 본격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5%대 였던 중고차 할부금리마저 15%대까지 뛰자 사업 시점을 미뤘다.
당시 현대차 측은 "최상의 중고차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부문별로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하반기에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 개시를 준비할 동안 시장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39조원에 달한다. 신차 거래의 두 배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해 50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대차는 이런 성장세를 노려 매출 증대를 가속화하고 신규 수익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우선 지난 3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정관 내 사업 목적에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하면서 사업 진출 의지를 명확히 했다.
또 자체 브랜드로 5년 이내 차량이면서 주행거리 10만킬로미터(㎞) 이하의 물량만 판매한다는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고품질의 인증중고차 ▲중고차 관련 통합정보 포털 구축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상생 등을 전면에 내걸었다. 업계 반발을 고려해 내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5.1%로 자체 제한하겠다고도 했다.
사업 초반에는 점유율 확대가 제한되지만 고품질 차량 공급과 적정가격의 중고차 매입이 이어지면 중고차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잔존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차량 제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면 유사 업종으로의 진출도 수월해진다.
이런 까닭에 중고차 시장은 현대차가 국내 상장사 매출 순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지목된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전체 매출액 규모는 1993조원 수준이다. 1위는 삼성전자(211조8674억원)로 21년 째 최고 자리를 지켰다. 2위 한국전력공사(68조9515억원)와 3위 현대차(65조3083억원) 사이에는 3조6432억원의 격차가 있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시장 규모(연간 40조원)를 고려할 때 현대차의 향후 중고차 사업 매출액을 약 2조원으로 추정한다. 또 현대차가 지난 1분기 매출액 37조원을 올려 역대 분기 사상 최대치를 찍은 만큼 이 기세를 이어가면 순위 상승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기존 사업의 규모가 커서 중고차 사업이 전사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완성차 업체가 자기 브랜드 중고차를 점검하고 수리해 성능을 인증하면 자기 브랜드의 중고차 가격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 진출 시점과 판매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산업수요 증가와 연관 산업 활성화 등으로 기존 중고차업계의 판매와 매출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중고차 품질과 성능 수준을 향상시켜 시장 신뢰를 높이고 중고차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존 업계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