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17년부터 올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른바 '스타트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혁신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에 1조원이 넘는 투자액을 붓고 R&D(연구개발) 조직을 스타트업처럼 유연한 체계로 새단장 하는 등 미래차 시대 대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하기 시작한 지난 2017년부터 올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된 수치다.
현대차·기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를 포함해 ▲전동화 ▲커넥티비티 ▲AI(인공지능)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아우른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을 지난 2018년 세웠다.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 지원과 협업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앞서 제로원 펀드 참가를 통해 성장한 대표 업체 '마키나락스'는 현재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의 AI 기술을 활용해 현대차·기아의 주요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또 크로아티아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은 현대차·기아의 고성능 전기차 기술 고도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큐'는 2021년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이래 자율주행과 배터리 기술 고도화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황윤성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혁신적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이 현대차그룹이 찾고 있는 기업"이라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R&D 영역 또한 스타트업과 같은 유연하고 혁신적인 체계로 개편했다. 기발한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적시에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전동화와 소프트웨어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우선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기존 완성차 개발 중심의 중앙 집중 형태에서 독립적 조직들 간의 연합체 방식(ATO)으로 탈바꿈한다.
재편된 체계에서는 업무별로 구성된 각 본부와 담당, 센터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협업이 필요하면 각 조직들이 모이거나 흩어지면서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게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전동화 모델 등 신차 개발에 완성도와 개발 속도를 모두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타트원 지원의 경우 내부 자원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및 밸류체인을 결합해 급변하는 외부 생태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래 신사업과 신기술 창출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지원 사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R&D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전동화 체제 전환 지속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 및 차세대 신기술 개발 역량 강화, 신사업 분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