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질수 없다'..한진, 실적 리스크 무릅쓴 '택배 투자' 적중할까
쿠팡 택배 진출 여파 물량 이탈·수익성 악화
대전 스마트메가허브터미널 등 물류 투자 가속
올해 매출 3조700억원·영업익 1400억원 목표
이정화 기자
승인
2023.05.25 11:28
의견
3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한진이 택배부문에 아낌없이 자금을 퍼붓고 있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에 맞서 '택배종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적 리스크를 무릅쓴 과감한 물류 투자로 연간 영업익 1400억 목표를 달성할지 이목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올해 1분기 택배 3사(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중 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매출은 67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4.4%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실은 235억원과 47억원으로 31.7% 줄고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택배사업 부문의 투자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1분기 실적 감소를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진은 현재 물류 네트워크와 역량을 키워 물류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날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터미널은 최첨단 설비를 갖춘 초대형 스마트 물류센터로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진은 이를 통해 택배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곳은 하루에 120만 택배상자를 처리할 수 있다. 하루 처리물량도 약 2배 늘어난다. 첨단 물류시설과 경유지 이동거리 최소화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총 285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1분기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이밖에도 택배 터미널 휠소터(배송 분류 자동화 장치) 설치와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에 같은 기간 100억원 가량 규모의 투자를 들였다. 2분기에도 경쟁력 강화와 사업 효율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앞서 한진은 창립 80주년을 맞는 오는 2025년까지 풀필먼트와 인프라, 글로벌 네트워크, 플랫폼과 IT·자동화 분야에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적극적인 자금조달로 투자 기반도 다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기존 계획보다 200억원 늘어난 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물류 투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작년 공모채 시장에서는 2080억원을 조달했고 2129억5000만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한진의 이같은 공격적인 사업 혁신과 투자 확대가 쿠팡을 견제하는 데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쿠팡이 지난해 4월부터 자체배송으로 전환하면서 한진은 저성장 우려가 커졌다. 당시 월 700만박스에 달하던 물량 대부분이 이탈하고 전체 물량의 15% 가량이 감소했다. 쿠팡의 타격이 본격화한 작년 3분기에는 영업익이 2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5% 급감했다.
대규모 시장을 보유한 쿠팡으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지켜내고 경영 목표를 무리없이 이룰 지도 주목된다. 한진은 올해 매출 3조700억원과 영업이익 14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한진 관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줄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상승했다"면서 "계속해서 수익성 중심 영업과 자동화 및 장비 최신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 해외진출 확대, 글로벌 물류사업 개척,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육성을 집중 추진하고 경영목표 달성과 중장기 지속적인 성장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