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 1만4000대를 기록해 1년 전보다 25.7% 줄었다. 사진은 현대차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6.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시장 선점이 불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102만1712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는 270만2000대로 30.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호황 속 현대차그룹은 11만9000대를 팔아 1년 전보다 2.2% 줄었다.

이 기간 중국 비야디는 97.0% 급증한 56만6000대를 판매해 1위에 올랐다. 이어 미국 테슬라(42만3000대)가 판매량을 36.4% 늘렸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17.4% 증가한 17만8000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IRA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본다.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모델은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진다.

지난해 8월 시행된 IRA에 따르면 미국 현지 공장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가 아니면 대당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모든 모델이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에 전기차 공장이 없어서다.

현재 미국에서 느끼는 IRA 타격감도 상당한 편이다. 미국 전기차 판매는 1분기 통틀어 약 1만4000대 수준으로 25.7%(약 5000대) 감소했다. 이 기간 테슬라는 24.6%, 폭스바겐은 136%, 포드는 41% 각각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의 현지 판매량은 지난달 기준 2323대로 전년 동기보다 13% 급감했다. 기아의 EV6(1241대)는 53% 줄었다.

전기차 시장 내 입지 약화는 유럽에서도 도드라진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1분기 현대차그룹의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줄었다. 이 사이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는 43.2% 뛰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합산 점유율도 1.1%포인트 하락했다.

상황이 이러니 현대차도 IRA 대응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전기차가 전체 판매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다. 하지만 전기차는 올 들어 성장 단계에 진입한 뜨거운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선점 효과를 누려야 할 시기인 만큼 IRA 장벽을 넘어서는 일이 중요해졌다.

시장에서는 IRA에 따른 영향이 내년부터 차츰 사라질 것으로 관측한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에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준공 시기를 앞당길 예정이다.

북미산 배터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SK온과 합작공장도 세우기로 했다.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립되는 공장에서는 연간 30만대의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든다.

이 밖에도 올해 고성능 상품인 EV6 GT와 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 신형 코나 EV 등을 유럽 시장에 투입해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하며 시장 확보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모든 차종이 IRA 수혜를 받는 시점은 2026년으로 보고 있다"며 "IRA 대응을 위해 5% 미만이던 리스(임대)차 비중을 30%까지 늘리고 현지 전기차 공장 생산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등 노력을 통해 판매량을 회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