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특화은행 리스크관리 한계 노출..“국내 도입 신중해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3.24 13:47 의견 0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챌린저뱅크(특화은행) 설립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이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자료=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챌린저뱅크(특화은행) 설립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이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SVB 사태 등 은행권 불안이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서 최근 SVB 사태가 국내 금융 및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서병호 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은 SVB 사태로 특화은행의 리스크관리에 한계가 노출된 만큼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챌린저뱅크 도입이나 지방은행 신설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VB는 벤처기업·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 및 금융중개·지분투자를 수행하는 일종의 특화은행이다.

서 실장은 “은행산업 구조개선 논의 과정에서 특정 규모나 업종에 특화하는 챌린저뱅크의 도입이나 특정지역에 특화된 지방은행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자산 포트폴리오가 다각화하지 못하면 특화된 영역에서 문제가 생길 때 경영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 강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및 기존 은행의 자본확충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관련 논의를 당분간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한 한국은행 금융리스크분석부장은 국내에서 SVB 사태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태 악화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일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고조로 불안이 확산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VB 사태 등 은행권 불안이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 침체를 의미하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암호화폐 약세장)’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침체가 올해에도 지속될지 여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달려 있으며 아울러 최근 뱅크런 사태가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이되느냐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현재 뱅크런이 중소은행 붕괴 정도에서 멈추고 유럽발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는다면 디지털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현재 뱅크런이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위험회피 심리가 커져 위험자산 가격 폭락 가능성이 있고 미 대형은행 붕괴까지 이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은 SVB 사태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 상승을 ‘크립토 스프링(Crypto Spring·암호화폐 강세장)’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했다.

장 본부장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시장에서는 크립토 윈터가 지나고 크립토 스프링이 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면서도 “크립토 자체가 가격 변동이 상당히 큰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낙관적 해석은 성급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크립토 시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제도권 금융시장 안정 후 크립토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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