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원청기업의 단체교섭상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례

전별 변호사(법무법인 K&Partners)

전별변호사 승인 2023.03.21 09:05 | 최종 수정 2023.04.12 08:17 의견 0
전별 변호사


근로제공형태의 다양화에 따라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에 대해서도 원청기업에게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자는 견해가 대두되었고, 이에 따라 원청기업의 사용자성에 관한 법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최근 법원에서 원청기업의 단체교섭상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한 판단기준을 살펴보고자 한다.

[판결 요지]

원청기업은 택배 대리점인 집배점과 택배운송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였고, 집배점은 별도로 택배기사들과의 사이에서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집배점과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몇가지 의제에 대하여 원청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원청기업은 자신이 단체교섭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보아 단체교섭을 거부하였고, 이에 노동조합은 이를 단체교섭거부 부당노동행위로 보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가 원청시업에 대한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자, 원청기업이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노동조합의 구제신청 제기가 중복신청에 해당하는지 여부, ② 제척기간이 도과되었는지 여부, ③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구제신청의 적법성과 관련하여, ① 이 사건 이전에 제기된 구제신청에서 ‘원청기업은 택배기사와의 관계에서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은 이 사건 구제신청과 법적 근거 및 구제대상을 달리하므로 각하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② 원청기업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을 구제신청 당시까지 계속적으로 거부하였으므로 ‘계속하는 행위’인 때에 해당하여 제척기간이 도과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원청기업이 단체교섭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법원은 원청기업은 사용자의 범위를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자, 즉 명시적이거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고 전제한 후,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하여 사용자의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제하에서 법원은 집배점과 택배기사들은 원청기업이 택배사업 영위를 위해 조직한 사업 중 일부를 담당하고 있으며, 택배기사들에 대한 원청기업의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는 지속적이고 계속적이고, 서브터미널에서 배송할 상품을 인수하거나 잡화상품을 인도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원청기업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며, 주5일제 시행, 급지수수료 인상과 개편, 사고부책도 원청기업이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정한 것으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원청기업은 택배기사들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본 판결의 의의와 시사점]

본 판결은 다면화된 근로관계에 따른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보이다. 다만, 원청기업은 하청기업 소속 근로자와의 사이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 단체협약의 목적과 취지, 원청기업에 불측의 손해를 입힐 수 있으며 비례성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법원이 원청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근거로 제시한 ‘부당노동행위별로 사용자 개념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지배・개입과 단체교섭의 사용자성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관하여, 부당노동행위 중 지배·개입과 관련된 규정은 ‘사용자와 유사한 지위에서 노사간 협약자치의 실질적 침해가 가능한 제3자’도 사용자로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단체교섭은 근로조건의 형성과 분리할 수 없으므로, 근로조건의 전부 또는 일부라도 결정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면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에서 중대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체교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실질적 지배력설을 통해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판단기준의 모호함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보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청기업의 지배·부당노동행위, 쟁의행위, 단체교섭의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기 위한 실질적 지배력등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기 전에는 원청기업의 단체교섭상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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