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감사원 감사와 변호사의 조력

안성훈변호사 승인 2023.03.15 08:15 | 최종 수정 2023.03.15 09:1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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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훈 변호사 (법무법인 법승)

2021년 7월부터 감사원 감사절차에 변호사가 입회할 수 있게 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좋은 일이긴 한데, 우리가 놀라야 할 것은, 그럼 그동안 변호사가 감사절차에 참여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그저 관련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조사하는 사람이나 조사받는 사람이나 심지어 변호사조차도 변호사의 역할을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조력권을 보장하는 이유가 적법절차의 원칙이고, 적법절차의 원칙이 행정에도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감사절차에서의 변호인조력권도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호인의 조력이 감사절차의 정당성을 높인다는 것도 중요하다.

감사원도 2022년 4월, 기존의 사무처리 규칙을 개편하면서 새로 만든 감사사무 처리규칙에서 문답서 작성 시 변호사 참여를 넘어 절차별로 대리인 선임 근거 규정을 두어서 제도를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변호사가 조력할 수 있는 국면을 살펴보자. 감사절차는 생각보다 지난한 과정이다. 감사계획 통지, 사전감사, 실지감사, 지적사항 구성, 감사보고서에 관한 내부심의, 감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처분이 결정된다.

그런데 감사를 받는 입장에서 보면 아주 복잡하지는 않다. 확인서, 문답서, 질문서의 순서로 생각해보자.

초반에는 확인서 작성이 문제다. 확인서를 작성할 일이 생기면 일단 지적의 우려가 발생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저렇게 잘못했으니 ‘내가 저렇게 했다’는 내용을 적어 제출하는, 일종의 자백 문서다. 감사 증거자료로 아주 일반적으로 쓰이는데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이때부터 변호사의 조력은 필요할 수 있다. 확인서에 어떻게 사실관계가 인정되는지에 따라 감사 방향이 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 감사를 받는 당사자들은 본인 변명과 해명에 급급해 유불리를 모르기도 하고 자칫 감사관과 불필요하게 감정적으로 부딪혀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변호사의 조언을 얻어 차분하게 상황을 대응할 필요가 있다.
확인서만 받으면 그래도 괜찮다. 징계나 문책의 우려는 아직 적다는 말이니까. 출석요구를 받거나 현장에서 문답서 작성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징계나 문책을 위한 증거자료를 만드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처음에 입회를 허용했다는 것이 바로 이 절차인데, 형사사건에서의 피의자신문조서 작성과 유사하고 신분상 불이익의 우려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변호인의 조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후 지적사항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된 단계에서는 관리자급의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서를 발부받아 여기에 답변서를 작성하게 된다. 질문서가 발부된 사항은 최종적으로 지적사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답변서의 내용이 담당 감사관의 자체 검토뿐 만 아니라 심의 과정에서 깊이 있게 검토되는 자료가 될 것이므로 답변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얻어 유효하고 적절한 내용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의 모든 단계에서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은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 감사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같은 지적사항도 징계나 고발 등 이전의 잘못을 크게 지적당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고 개선요구나 통보 등 발전적인 처분을 받을 수도 있으니 그 대응을 함께 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변호사의 조력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행정과 감사에 대한 이해가 깊은 변호사를 찾아야 한다. 감사절차에서 변호사가 제대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감사의 정당성을 높이는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변호인의 조력은 잘못을 회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당하고 발전적인 감사 처분을 이끌어 냄으로써 감사받는 사람이 감사 지적을 깊이 수용할 수 있게 하고 공공서비스의 개선을 이루는 감사 처분을 이끌어 내는데 기여하는 것이 그 주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 피의자신문조사에 변호사가 입회하는 게 일반화된지도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감사절차에서의 변호사의 조력 또한 일반화될 것이다. 변호인의 조력이 감사자와 피감사자 사이에서 긍정적인 매개가 되어 감사의 대상이 되는 공공서비스와 감사원의 감사 품질이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안성훈 변호사 (법무법인 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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