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병욱 기자] 중국 정부가 250곳 이상의 영국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는 핵심 물류센터 등 기반시설이 여러 곳 포함돼 공급망 장악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새로 시행된 영국 정부의 외국기업 소유 부동산 등록제에 따라 신고된 부동산의 실소유주를 분석한 결과 중국 정부가 룩셈부르크나 영국령 맨섬 등의 역외 기업체 명의로 사들인 영국 내 부동산이 이 같은 규모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10여개 기업을 통해 영국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자산의 궁극적 실소유자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로 나타났다.
CIC 소유 부동산은 식량·상품 유통에 필수적인 물류센터를 비롯해 유통창고, 소매점 집결 지역, 산업지구 등에 집중돼 있었으며, 이 중에는 지역 중요 기반시설도 있었다.
이러한 부동산 투자 내역은 중국이 영국의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CIC가 이들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들인 비용은 최소 5억8천만 파운드(8천88억원)로 추산된다. 일부 기록이 불완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투자 금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가디언은 추정했다.
가디언은 CIC가 영국 부동산의 주요 투자자이지만 외국 기업 명의로 소유해 구체적인 규모와 상세 매입 내역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영국 투자는 그동안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켜 왔다. 일부는 현금 유입을 반겼으나 한편으로 전략자산에서 중국과 그 기업이 수행하는 역할을 놓고 안보 우려도 일었다.
영국 정부는 2020년 5세대(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를 빼기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시즈웰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중국핵전집단공사(CGN) 지분을 사들여 중국 투자를 배제한 바 있다.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언 덩컨 스미스 하원의원은 중국의 영국 투자 상당 부분이 다른 국가의 기업으로 '위장'한 채 이뤄져 실제 기업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덩컨 스미스 의원은 "공급망의 주요 부분에 저 정도 규모 투자를 한다면 왜 그러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대학이나 기술 분야, 공급망 등 핵심 영역에서 이뤄진 중국 투자 전체에 대해 전략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외국 기업 소유 부동산 등록을 통해 여러 유명인과 부유층 인사들이 역외 기업 명의로 영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부인이자 전위예술가인 오노 요코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는 기업을 통해 리버풀에 있는 존 레넌의 어린 시절 집을 사들였다. 그는 2013년 매입 계약을 하면서 48만파운드(약 7억원)를 지불했으며 이는 최초 제안 가격인 15만 파운드의 세 배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뮬러원(F1)의 '레이싱 황제' 루이스 해밀턴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회사가 매입한 1천650만파운드(253억원) 상당의 런던 저택의 실소유주로 밝혀졌다.
이밖에 리처드 샤프 영국 BBC 회장, 숟가락 구부리기 묘기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 마술사 유리 겔러, 중동 국가 왕족 등이 역외 기업을 이용해 영국 내 부동산을 소유했다.
영국에서 역외 기업을 통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합법으로, 소유자들은 세제상의 이점이나 사생활 보호 등 다양한 이유로 이런 선택을 한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가디언은 실소유주를 명시하도록 한 외국기업 소유 부동산 등록제가 영국 부동산 소유권의 투명성을 높이고 당국이 적절한 세금을 매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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