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행거리는 실제 주행가능 거리보다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국내에서 배터리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와 충전 속도 등 특정 조건에서 얻을 수 있는 성능·효과를 일반적인 성능인 것처럼 부풀려 광고한 것으로 확인돼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테슬라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인 테슬라코리아가 주행 가능 거리, 수퍼차저(충전기) 성능, 연료비 절감 금액을 거짓·과장 또는 기만적으로 광고한 행위(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과징금 28억5200만원(잠정)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9년 8월부터 최근까지 국내 홈페이지에서 자사 전기차를 소개할 때 모델별로 "1회 충전으로 OOkm 이상 주행 가능"이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이는 상온(20∼30도)에서 도심과 고속도로를 복합 주행했을 때 가능한 최대 주행 거리로, 대부분 주행 조건에서는 광고보다 주행거리가 짧았다.
공정위는 "최대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며 "거짓·과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기 차종인 모델3 롱레인지는 출시 초기 "1회 충전으로 446km 이상 주행 가능"이라고 광고했지만, 저온 도심 주행 가능 거리는 절반 수준인 49.5%(221km·2019년 환경부 인증)에 불과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는 국내와 달리 1회 충전 가능 거리를 "OOkm 이상"이 아닌 "최대 ○○마일"로 광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테슬라의 수퍼차저 충전 성능 광고.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테슬라가 수퍼차저(충전기)의 종류, 시험조건 등을 밝히지 않고 "수퍼차저로 30분(또는 15분) 이내에 ▲▲km 충전"이 가능하다고 광고한 것 역시 거짓·과장성, 기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테슬라는 수퍼차저 V3으로 실험한 충전 성능을 광고했으나 광고가 시작된 2019년 8월 당시 국내에는 충전 속도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수퍼차저 V2만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테슬라 전기차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 [자료=환경부]
또 제시된 충전 성능은 외부기온이 20도 또는 35도, 충전상태는 3.7∼6.3% 등 최적의 조건에서 실험된 결과여서 일상적인 충전 환경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다. 배터리가 20% 이상 충전된 상태에선 충전 속도가 더 느리다.
공정위는 테슬라가 기준 시점이나 부가적인 설명 없이 충전 비용을 kWh(킬로와트시)당 135.53원으로 가정하고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연료비 절감 금액'을 광고한 것도 기만으로 봤다.
테슬라코리아가 밝힌 테슬라 차량의 연료비 절감 효과. 이 또한 과장된 것으로 판명났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테슬라가 주행 보조 수준인 자율주행 2단계 기능을 '오토파일럿' 등으로 표현해 소비자가 이를 실질적인 자율주행으로 오인하게 했는지도 검토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입증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에 관한 소비자 오인성은 법 위반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위원회가 판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