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보틀벙커 매장 [자료=롯데마트]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와인이 주류(酒類) 시장의 주류(主流)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집에서 즐기는 음주 문화가 대세로 성장하면서 와인은 대중적인 주류로 급부상했다. 와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이를 둘러싼 대규모 유통 채널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다양한 종류의 와인 [자료=픽사베이]
■ 유통업계의 와인 사랑, 왜 하필 와인일까
와인은 코로나 이후 가정용 주류 시장의 지형을 바꾼 신흥 강자다. 이는 외식·회식이 줄고 집에서 혼자 간단하고 다양하게 즐기는 음주문화 ‘홈술·혼술’ 트렌드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트렌드를 주도한 소비층은 2030세대다. MZ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유통업계의 미래 소비층이자 높은 구매력을 가진 핵심 고객으로 꼽힌다.
트렌드가 바뀌자 시장 역시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형 유통 채널 위주의 ‘가성비’ 와인의 등장이다. 과거 와인은 고급 주류로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와인은 복잡한 유통 구조상 가격 투명성 확보가 어려워, 정가 없이 ‘깜깜이’ 판매가가 형성됐다. 그런데 관련 수요가 많아지자 와인이 유통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것이다.
유통업계가 와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집객(集客) 효과’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유통 채널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고객 유치였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2020년 오프라인 유통업체 전체 매출 비중은 53.5%로 전년동기대비 3.6%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비중은 46.5%로 18.4% 급증했다. 특히 마트의 경우 주도권이 온라인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고객 유인을 위한 혁신이 절실하던 상황이다.
게다가 와인은 고객 당 판매 금액인 ‘객단가’를 높이는 매출 효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롯데마트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전환하며 오픈한 와인 전문점인 ‘보틀벙커’가 개점 이후 한 달간 매출 신장률 405%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제타플렉스는 매출이 전년 대비 55%, 방문객 수가 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이마트24에서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이마트24]
■ 와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유통 강자의 와인 경쟁 심화
대형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1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와인 수입액은 5억5981만달러(7400억원)로 전년(2020년 3억3000만달러) 대비 약 69% 급증했다. 올해 수입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소매 유통시장은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롯데그룹 보틀벙커의 성공 사례가 성과로 증명되자 신세계그룹 역시 대형 와인 전문매장 유치에 나설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편의점 이마트24가 편의점 업계의 와인 매장으로 특화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신세계 L&B가 운영하는 와인 전문점 ‘와인앤모어’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보틀벙커와 같은 대규모 와인 전문매장은 현재 없는 상태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와인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를 인수한 바 있다. 내년 스타필드 하남점에 와인·주류 전문매장 ‘메가샵’을 선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현대백화점그룹 등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와인·주류 전문매장 개점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고객이 직접 매장에 가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유통 채널 입장에서 고객 유치 및 매출 확대에 적합한 품목”이라며 “방문객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객단가를 높이는 데 탁월하다. 이는 특히 구매 금액 규모가 작은 편의점 채널에서 와인 사업에 공들이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