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치 일감 쌓인' 조선업계, 내년 수주 꺾여도 '끄떡 없어'..인력난도 숨통 트나

'글로벌 업황 악화' 내년 수주량 41.8% 급감 예상
"이미 3년치 일감 확보해 충격 덜할 것" 호전망
'인력 보릿고개' 탈출 속도..해외 숙련인력 도입

이정화 기자 승인 2022.11.21 11:02 의견 0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내년 수주량은 850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올해(1460만CGT)보다 41.8% 줄어들 전망이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내년 수주 급감 전망에도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일감을 대거 확보한 데다 지난해부터 호황이 시작된 수주가 내년부터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조선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인력난'도 해외 숙련인력 도입 추진에 힘입어 해소될 지 주목된다.

2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내년 수주량은 850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올해(1460만CGT)보다 41.8% 줄어들 전망이다. 수주 금액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42.9% 감소한 22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신조선 발주량도 약 37.1% 급감한 2200만CGT로 예측된다. 발주액도 39.0% 쪼그라든 61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전 세계 경기 둔화 ▲글로벌 조선 시장의 업황 악화 우려 ▲고금리 현상 등이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작년부터 전 세계 신조선 시장의 발주량이 양호한 수준을 보인 건 LNG(액화천연가스) 시장 활황과 컨테이너 선주의 집중적 투자 때문"이라면서 "경기둔화와 고금리 영향 등으로 선주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며 내년엔 일시적으로 발주량이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주량 악화 소식에도 조선업계는 별다른 타격이 없는 분위기다.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쌍아뒀기 때문이다. 통상 조선소가 2년 6개월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전 세계 수주잔량이 지난달 말 기준 1억470만CGT을 거뒀다고 보고했다. 이 중 한국이 3675만CGT(35%)를 차지했다. 지난해 인도량 기준 약 3년 6개월치의 일감이다.

물론 수주가 곧 수익성으로 연결이 되는 건 아니다. 수익성이 개선되려면 배 가격 자체가 올라야 하는데 시장에서는 선가와 환율이 상승한 이후의 수주 물량들이 내년 하반기부터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조선 발주량 위축 또한 일시적 현상에 그치고 오는 2024년부터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급격한 수주 부진에도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수주 호황과 걸맞지 않게 '인력 보릿고개'에 시달리는 딱한 상황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전국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5월 기준 약 9만4000명까지 크게 줄었다. 조선사들은 쏟아지는 수주물량을 적기에 생산하기 위해 내국인 인력확보와 더불어 해외 숙련인력 도입을 추진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지난 4월 외국인 전문인력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해 비자 문턱을 낮추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7∼10월 태국과 미얀마,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베트남에 용접 분야 기량검증단을 파견해 3000명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합격자를 발굴했다.

협회는 숙련 기능인력 도입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필요한 행정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조선업계 인력부족과 공정지연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기량 검정을 진행한 3000여명 중 70~80%가 합격했고 이들은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입국해 현장에 파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인력 부족은 항상 체감하고 있고 외국인 근로자 영입에 대해서도 확대 조치가 필요해보인다"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이 최근까지 적자를 봤지만 고가에 수주한 LNG선의 건조가 시작되면서 앞으로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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