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최근 국내 개봉한 '탑건:매버릭'이 흥행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로 대부분 주연 배우 톰 크루즈의 변함 없는 '멋짐'을 꼽겠지만 36년 전 개봉작과 동일하게 주요장면을 흐르는 BGM 곡인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또 2년 전 봉준호 감독에게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 영예를 안겨준 특유의 '봉테일(봉준호+디테일)'에는 정재일 음악감독의 역할이 대단히 컸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영화는 '보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듣는 예술'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음악은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뿐 아니라 영화 자체를 팬들의 가슴과 머리 속에 오랜 기간 머무르게 하는 매우 중요한 감성적 장치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현대 영화 산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영화음악을 더욱 섬세하고 자세하게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그 주인공은 현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이탈리아)'다.
■ 현대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지난 2020년 향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엔니오 모리꼬네는 미국의 존 윌리엄스(1932~), 독일의 한스 짐머(1957~)과 함께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하고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는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연극, 뮤지컬, 이벤트, 게임에 이르기까지 음악이 예술로써 향유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수많은 곡을 만들어낸 작곡가다.
물론 그가 오랜 세월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영화 역사에 남을 수많은 '스코어 음악(Score Music, 연주곡 중심의 영화 음악. 보컬이 들어간 영화음악은 Song Music으로 따로 분류한다)'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지금까지 총 40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 음악 작업에 참여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그래미 어워드 공로상을, 2016년에는 '헤이트풀8'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다.
■ 깨끗하고 명료한 음색의 야마하 'NS-5000으로 듣는 엔니오 모리꼬네
다양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뮤직 넘버들은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청음실에서 야마하(Yamaha)의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 'NS-5000'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 2016년 야마하가 출시한 NS-5000은 트위터와 미들, 우퍼에 자이론(Zylon) 소재를 적용했다. 타사의 하이엔드급 스피커들이 트위터와 우퍼를 다른 소재를 적용한 것과 다르게 야마하는 NS-5000에 방화복, 방탄복 등의 소재인 자이론을 적용하면서 주목 받았다. 이를 통해 고·중·저음역대에서 균형감과 일체감 있는 음색을 뽑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
또 악기 제조 전문사답게 악기 제조시 사용하는 레이저 진동감지센서를 스피커에도 적용해 특유의 맑고 청명한 소리를 재생하고 빠른 반응력을 갖춰 세밀한 중고음역대 재생과 두터운 양감의 저역 재생을 가능케해 영화 재생에 강점을 가진 '홈시네마' 용 스피커로도 오랜 기간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지난 2021년 개봉작인 '007 노 타임 투 다이(007 No Time to Die)'의 초반부 감상만으로도 NS-5000의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져버리는 폭격음으로 인한 먹먹함과 저음 진동, 차량 외부와 내부에서 들리는 총격음의 차이를 표현한 '앰비언스 사운드' 요소를 모두 압도적인 성능으로 표현해냈다.
특별한 스피커와 함께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설명해주는 프레젠터의 이력도 눈 여겨 볼만 했다.
이날 방대한 지식을 차분한 어조로 기자에게 설명해준 프레젠터 백성동 감독은 현재 유튜브에서 고음질 음원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거 E-스포츠 전문 중계 채널인 온게임넷(OGN)의 음향 총괄감독을 맡은 바 있다.
그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10여년 전 'OGN 스타리그' 오프닝에서 강렬한 록 넘버들을 편곡해 스타크래프트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주인공 중 한명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부터 클래식 영화까지
이날 청음회에서 먼저 감상한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은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로 유명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시리즈였다.
1968년 개봉작인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의 엔딩과 1984년 개봉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데보라의 테마(Devorah's Theme)'를 통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과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의 '합'을 충실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데보라의 테마'에서는 최근 '탑건:매버릭'으로 오랜만에 모습을 내비친 제니퍼 코넬리의 10대 시절 모습과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테마곡이 이루는 하모니가 인상적이었다.
영화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세 개의 명작도 함께 감상했다.
1988년 개봉작인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에서는 주인공 토토(자크 페렝)가 폐허로 방치된 고향의 극장으로 돌아와 영사기사인 알프레도(필립 느와레)가 남긴 키스신 편집 장면을 보는 장면에서 들리는 엔딩 테마곡, 1998년 작품인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에서 주인공 '나인틴헌드레드'와 현대 재즈의 창시자 '젤리 롤 모튼'의 피아노 연주 대결 등 영화 팬의 추억을 돋우는 명장면과 음악들을 감상했다.
악기 제조사로 유명한 야마하인 만큼 이들의 하이엔드 스피커가 내는 음색은 피아노 음색과 최상의 궁합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전설적 배우인 제러미 아이언스, 리암 니슨, 로버트 드 니로의 젊은 시절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명작 ‘미션’의 주요 테마곡들도 감상했다.
우리에게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넬라 판타지아’로 더 유명한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 강 위 전투신에서 흘러나오는 ‘리버(River)'와 이 두곡이 교차적으로 편곡돼 흘러나오는 엔딩 장면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명장면이 이어졌다.
■ 음악과 영상이 함께 만드는 감동의 시너지
준비된 영상과 음악 감상이 모두 끝난 후 프레젠터인 백성호 감독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이어갔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들으면 ‘스타워즈’와 같은 특정 영화가 생각나고, 한스 짐머의 음악을 들으면 인셉션의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여객기에서 깨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들과 만나는 장면처럼 영화의 특정 장면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엔니오 모리꼬네는 이들에 비해 음악 자체의 유명세는 떨어질지 몰라도 영상과 음악을 함께 감사할때 발산하는 시너지가 남달라 감동을 배가 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의외일 수도 있는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록음악 팬들에게도 꽤나 유명하다. 데뷔 40년차 스래시 메탈 밴드 ‘메탈리카(Metallica)'가 자신들의 라이브 공연 오프닝으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엑스터스 오브 골드(Extacy of Gold)'를 1966년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한 장면과 함께 틀어놓으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메탈리카의 내한 공연 장면을 떠올려보니 백성호 감독의 설명이 더 이해가 갔다.
'영상과 음악이 함께 내는 시너지 효과'
지독히도 영화와 음악에 진심이었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다양한 명곡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이를 좋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더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