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2년/원자재가격 폭등] "자연재해 수준"..건설업계, 공사비 책정 '골머리'

송정은 기자 승인 2022.05.19 16:57 의견 0
한 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1분기 영업이익이 일시적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발표한 올 1분기 경영실적 발표자료에서 볼 수 있는 단골 멘트다. 코로나 19 장기화와 국제 유가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전 산업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도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10위 내에 위치하는 건설사 중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영업이익 감소를 겪은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대형사의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의 평균 구매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가량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자재인 시멘트 가격과 레미콘 가격도 각각 15%, 5% 가량 올랐다.

시멘트 업계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의 경우 지난 2020년에는 연평균 1톤당 6만700원에서 작년에는 6만2000원으로, 올해 3월에는 8만6000원, 4월에는 9만800원으로 2년4개월 동안 49.6%, 즉 50% 가까이 폭등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여파가 자연재해 수준이다"며 "발주를 앞둔 도시정비사업장에 책정된 공사비를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은 공사비가 대부분이다. 도저히 입찰에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대형건설사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전략적으로 추후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며 "지금은 그러한 전략적 입찰조차 고려할 수 없을 정도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 입장에서 무조건 손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손실보전을 위해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 책정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악재로 인해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이미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장의 시공권 포기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물론 시공권 포기로 인한 귀책사유 문제 등 법리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불편한 과정을 감수하더라도 시공을 그대로 진행했을 때 손해분이 더 크다는 게 현재 건설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건설사들이 입찰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커지고 이로인해 새정부의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늘리기 정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분양가 상한제를 손질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단위 면적당 상한 가격을 정해 분양가를 낮춰 실소유주의 부담을 줄이고 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지난 1977년 주택청약제도와 함께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다. 특히 문재인 전 정권은 집값 안정을 목표로 지난 2020년 7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켰지만 서울의 아파트 분양가격은 오히려 17% 이상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했을 때부터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분양가 상한제 개정을 포함시킨 바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손보게 된다면 수익성 문제로 묶여있던 수많은 재개발 및 재건축 대상 도시정비사업지들이 포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코로나 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로 인해 국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면서 무역의존도가 80% 달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한국은 큰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선진국의 경우 시장경제에 기반한 원가연동제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 이로인해 대기업 뿐 아니라 특히 중소기업들이 큰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는 현재 이런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특히나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 소비자 권익보호와 주택가격 안정을 목표로 임대차 3법을 비롯해 분양가 상한제 들을 도입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주택가격 폭등을 이끌어 내며 실패로 귀결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현재 주택 가격 폭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공급 확대가 맞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 등 인구가 밀집한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새로운 부지에 주택을 짓는 것 보다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도시정비사업으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현 정부가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주택공급확대에 대한 신중론을 펴고 있는 상황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라도 분양가 상한제는 손봐야하는 정책이 맞다. 분양가 상한제를 수정할 경우 일시적 주택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토대로 공급확대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도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추세다.

한 대형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건설사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수정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는 "집은 필수재라 국민생활에 없어서 안되는 아주 중요한 재화다"며 "일시적인 가격 급등을 우려해 공급을 막아서는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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