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스토킹 호스’ 방식 신속 매각 추진..KG·쌍방울그룹 2파전 양상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4.10 14:23 의견 0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자료=쌍용차]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쌍용자동차의 재매각 절차가 이르면 이번 주 공식적으로 돌입한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만큼 신속한 매각 방식을 도입해 매각 추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를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매각 방식이다.

쌍용차는 인수금액과 조건 등을 인수 예정자와 협의해 ‘조건부 M&A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다시 본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과정에서 새로운 인수 의향자가 조건부 투자 계약서상의 인수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조건부 계약이 해제되고 인수자도 교체된다. 인수 의향자가 조건부 계약자보다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하지 않으면 기존 조건부 계약은 유지된다.

쌍용차가 스토킹 호스 방식을 선택한 것은 매각 절차의 안정성과 시급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매수권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본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입찰자가 없어도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경쟁을 통해 매각 조건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토킹 호스에 참여해 경쟁할 인수 후보자는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와 다른 기업 역시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매각 주간사와 접촉하고 있지만 두 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KG그룹은 국내 최초의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모태인 회사로 이니시스, KFC코리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했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인 KG케미칼의 작년 매출은 4조9315억원, 영업이익은 4671억원이다. KG스틸은 작년 매출 3조3547억원, 영업이익 2969억원을 기록했다.

KG케미칼과 KG스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3636억원, 678억원이다.

KG그룹은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을 잡았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가 자금 조달을 준비 중이다.

쌍방울그룹은 지난 8일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 했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사인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섰다.

광림의 지난해 매출은 1884억원, 영업이익은 112억원이다. 광림과 함께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오케이(243억원), 나노스(514억원), 비비안(1878억원)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작년 매출을 합치면 규모는 4000억원 가량이다.

광림은 “4500억원의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 준비를 완료했다”며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 제의가 이어지고 있어서 향후 자금 확보도 안정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KG그룹은 쌍용차를 인수하면 KG스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판 등 철강재를 생산하는 제철 기업인 KG스틸과 완성차를 생산하는 쌍용차가 협업해 신차나 부품 등의 연구·개발(R&D)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림은 특장차와 완성차 간의 시너지를 기대 중이다. 특장차는 완성차 출고 이후 분해 및 재조립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쌍용차를 인수하면 분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설계 과정에서 완성특장차로 제조될 수 있다.

다만 전기차 전환 시기를 맞아 두 그룹 모두 전동화 관련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기는 어렵다는 업계의 부정적 관측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누가 인수하든 쌍용차의 전동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들이 말하는 시너지가 과연 쌍용차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다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에디슨모터스는 특별항고와 계약 해제 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의 특별항고와 가처분 신청이 재매각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법률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배제(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특별항고는 집행정지의 효력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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