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 생활경제부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유행의 중심에 MZ세대가 있다. 적어도 유통가는 그렇다. MZ세대는 경제적인 여유 면에선 기성세대보다 약하지만 ‘소신’ 있는 소비를 선호한다. 이들의 소신은 통상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긴 어렵다. 다만 특징은 있다. ‘도대체 왜 저런 거에 열광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반절은 맞다.
소신이 이끄는 소비란 사실 특별할 게 없다. 내 마음에 들면 일단 카드를 긁는 거다. MZ세대가 열광하는 분야 중에서 친환경이나 윤리 소비 등 가치관을 표출하는 소비 행태도 있지만 이색적이거나 자극적인, 단순 흥미·호기심을 끄는 정도로 구매가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에서 자극적인 상품이나 이색 마케팅이 쏟아지는 이유가 이 같은 맥락이다.
일례로 작년 식품·유통업계를 휩쓸었던 유행 중 민트초코 열풍이 있다. 과자, 아이스크림, 빵 등 너나 할 것 없이 민트초코 맛으로 변신한 제품이 나오면서 일종의 ‘밈’처럼 번져갔다. 급기야 민트초코 소주까지 등장했다. 듣기만 해도 ‘괴식’에 가까운 식품도 왕왕 나타났다. 오징어 맛 젤리, 소다 향 호빵, 동치미 맛 탄산음료 등등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색 제품이 쏟아지자 MZ세대는 역시 반응했다. 각종 SNS에 구매 인증이나 후기 글이 올라오면서 유행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실제로 무학의 좋은데이 민트초코는 출시 한 달 만에 100만병을 돌파해 화제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다만 오직 화제성에만 편승한 인기는 수명이 짧다.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호기심에 한번은 구매, 재구매는 글쎄’로 압축됐다. 굵지만 짧은 인기, 일회성에 그쳐버린 셈이다. 이 때문인지 화제성이 강한 상품은 대게 한정 출시되곤 한다.
올해 유통가의 MZ세대 마케팅 중 하나는 지난해 메타버스 열풍을 잇는 디지털 마케팅 ‘NFT(대체불가토큰)’로 흘러가는 듯하다. 최근 식품·유통·패션·뷰티 등 다양한 업계에서 NFT 마케팅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증정이나 전시 형태로 이뤄지는 이벤트성 행사가 보통이다. 희소성을 선호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고 하지만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는 데다 대부분 반짝 이벤트에 그친다. 요즘 인기에 올라탄 단발성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MZ세대의 특성은 실제 MZ세대가 아닌 업계가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싶다. 우선 개성을 좇는 세대를 공략한다면서 마케팅 방식은 천편일률적이다. 너도 나도 뒤처질 수 없다는 심리로 접근하니 MZ세대가 진짜 열광해서 화제가 된 것인지 여기저기 유사 마케팅이 나오면서 부풀어진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초기 뜨겁게 주목받는 만큼 금방 차갑게 식어버리는 결과도 아쉽다. 마치 요즘 젊은 애들은 빨리 싫증낸다고 치부되는 특성이 MZ세대 마케팅에 투영된 것처럼 느껴진다. 급변하는 유통 시장을 선도하는 주체가 과연 MZ세대뿐인가 의문이다. 소수가 주목하는 새 관심사를 다수가 알아채기도 전에 업계에서 가능성을 따져보고 우후죽순 옮겨 나르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사실 MZ세대는 몇 가지의 특징만으로 아우르기엔 범위가 너무 넓다. 열 살 차이만 나도 세대 차이를 논하는 세상에서 1981년부터 2012년까지 약 30년을 포괄한다니 허술할 수밖에 없다. MZ세대 내에서도 연령별·성별·지역별 등에 따라 문화와 특성은 모두 상이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기법에서 시장 세분화는 시장 규모가 크고 경쟁상대가 많을수록 필수라고 배웠다.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는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오래도록 생존하려면 고객의 니즈 파악이 최우선일 것이고 우수한 제품력과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너도 나도 뛰어드는 MZ세대 마케팅은 어쩌면 마케팅 편의를 위해 업자들이 만들어낸 술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