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5시 서울고등법원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넷플릭스 딘 가필드 부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OCA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ISP(인터넷 서비스 회사)와 CP(콘텐츠 제공자)사 간의 '망 사용료' 분쟁으로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 다툼이 2라운드에 접어 들었다.

16일 이동통신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16일 오후 5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변론은 SK브로드밴드가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를 제기한 이후 처음 열리는 재판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사용료 갈등은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내면서 촉발됐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국내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넷플릭스가 인터넷망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며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4월 방통위 재정 절차를 거부하고 망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6월 열린 1심 공판에서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 사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에서 패한 넷플릭스는 "판결문을 법리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지난해 7월 망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항소를 재차 제기했다.

이처럼 '버티기'에 돌입한 넷플릭스를 상대로 SK브로드밴드도 맞불을 놨다. SK브로드밴드는 초기 구축과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유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망을 넷플릭스가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반소를 제기했다.

한편 16일 진행되는 2심 첫 변론에서는 넷플릭스의 자체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인 OCA(오픈커넥트)의 기술 인정 여부와 OCA를 통해 절감한 데이터 트래픽으로 망사용료를 갈음할 수 있다는 '상호무정산(Bill-and-Keep)'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변론에서 넷플릭스가 내세울 이 '상호무정산' 논리가 크게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상호무정산은 ISP와 CP간 주고 받는 트래픽과 대가 규모가 유사함을 전제로 상호간에 합의에 의해 정해진 방식이다"며 "게다가 모든 거래에서 상호무정산인 것도 아니며 트래픽 교환 비율이 비대칭일 경우 PP(Paid Peering)이라는 방식으로 대가를 지불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PP(Paid Peering)이란 일반적인 피어링(Peering, 사업자간 자율협의를 바탕으로 한 무정산 인터넷 상호접속)과 기본적인 방식은 동일하지만 주로 CP나 하향 트래픽이 많은 ISP가 상대방(주로 가입자망)에게 일부 트래픽 전송 비용을 지불하는 상호접속 방식을 일컫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상호무정산'은 대등한 규모의 통신사와 통신사간 이뤄지는 정산 방식일 뿐 통신사와 CP 간에는 성립이 어렵다"며 "넷플릭스가 의도적으로 접속과 전송을 구분해 용어를 혼용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우리 정부와 전 세계 이동통신 업계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사에게 망 투자 분담을 요구하는 등 양 사간의 대립은 SK브로드밴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유럽의 대형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 보다폰 등이 유럽연합(EU) 의원들에게 "빅테크 그룹에 인터넷 인프라 확장 비용을 더 많이 기여할 것을 촉구하라"는 공개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미국 역시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들을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의 광대역 확장 비용을 분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 멤버인 KT 구현모 대표는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현장에서 정부 주도 펀드에 글로벌 CP가 돈을 내는 형태를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망 사용료 분담 방안도 구체화 되고 있는 상태다.

구 대표의 제안에 정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혜숙 장관도 글로벌 CP의 망사용료 분담 가능성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어 넷플릭스로서는 망 사용료 분쟁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SK브로드밴드도 이어지는 2심에서 승소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지난 1심에서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은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