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M&A 걸림돌 제거"..대우건설 노조 요구 대부분 수용

송정은 기자 승인 2022.02.08 14:22 의견 0
지난 7일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 측이 2차 재협상 자리를 마련해 재매각·분할매각 금지와 독립경영 보장, 고용보장과 대표이사 선임, 격려급 지급 등 대우건설 노조 측이 요구안 대부분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노조측이 요구한 대표이사 선임과 고용보장, 합의 없는 구조조정 금지 등 일부 안을 전격 수용했다.

독립경영보장 문서화와 기타 요구안 수용을 놓고 대우건설 본사내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을 점거하고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중흥그룹 본사에서 시위를 벌여온 대우건설 노조 측도 중흥그룹의 이번 합의를 환영하며 현업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7일 대우건설 본에서 2차 재협상 테이블을 열고 남은 협상 조건을 조율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협상 자리에는 정창선 중흥그룹 대표의 사위인 매각 총괄 담당 김보현 부사장과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등 양 측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가 요구한 ▲재매각 및 분할매각 금지 ▲독립경영 보장 ▲대주주·계열사 간 거래제한 ▲고용보장·노조활동 인정 ▲조합원 처우개선 ▲매각 격려금 지급 ▲협약서 이행보장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을 수용할 방침이다.

먼저 재매각과 분할매각 금지와 관련해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가 종료된 이후 3년 동안 사업부 분할 매각과 법인 분할 등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중흥그룹은 ▲별도 법인과 사명 유지 ▲대우건설 소유 지적재산권 독점적 소유와 사용 인정 ▲법인 대표이사 대우건설 임원 중 선임 ▲수주·구매활동에 대한 독립활동 보장 ▲공정·투명한 시스템 유지 ▲집행임원 선임 시 대우건설 외 인력 선임 50% 이내 제한(인수 종료 후 3년 한정) ▲타 법인 대우건설 존속법인 합병 금지 등을 수용했다.

또 대우건설 주식 매매 계약과 관련해 독립적으로 완전하게 의결권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의결권을 본 협약서에서 따라 행사하는데 어떠한 장애도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다만 중흥그룹 측은 '투자 관련 심의위원회의 노동조합 참관 보장'과 관련해서는 추후 경영진과 협의돼야 할 부분이라며 협상 자리에서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김보현 부사장은 "과거 생활관 매각과 같은 뼈아픈 사례 때문에 참관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해당 조항은 협약서에 포함되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협약서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추후 노동조합의 요구가 있을 시 참관을 보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상철 노조위원장은 "투자심의위원회 참관이 경영 간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조합원의 복리후생과 근로조건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단체 협약에 의거해 근로조건 저하를 방지하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다"며 "협약서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추후 참관을 요구하는 우리 측 입장을 피력하겠다"고 밝혔다.

주목받는 부분은 조합원 처우개선과 관련해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노조가 요구한 5개 조항을 모두 수용했다는 점이다.

중흥그룹 측은 "대우건설의 현 임금체계인 '페이밴드(Pay-Band, 성과에 따라 차등연봉을 지급하는 제도)' 폐지하거나 개선해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며 "매년 임금협상에 따른 임금인상률 외에 연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자동인상 등 임금 체계와 관련해 노사간 별도 합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특히 3년 이내로 건설업계 상위 3개사 수준으로 대우건설 임직원 임금 수준을 인상하고 복리후생 증진을 위해 우리사주 제도와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를 개선하고 성과급 제도도 개선할 방침임을 밝혔다. 또 2022년 현재 재직 중이거나 연중 재입사하는 임직원에게 매각 격려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당사와 대우건설 노조간의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길게 끌고 갈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임직원이 속히 상생의 길로 나가기 위해 노조 측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빠르게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협의에서 수용이 미뤄진 부분들은 차후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흥그룹으로서는 이번 대우건설 노조와의 전격적인 합의로 인해 인수 막바지 작업의 걸림돌을 효과적으로 제거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달 말 경에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고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중흥그룹 계열사와 대우건설을 포함해 건설업계 3위 규모의 대기업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인 검토결과 별다른 장애가 없어 무난히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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