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반대에 건설사 과열경쟁까지..SH,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논란에도 사업강행

송정은 기자 승인 2022.01.27 07:00 의견 1
흑석2구역 비대위 측이 흑석2구역 내 한 건물에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붙여 놓고 있다. [자료=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이 재개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흑석2구역은 '준강남' 입지로 서울 재개발지역 중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흑석2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놓고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을 비롯한 대형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경쟁사간 견제가 극심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른바 '개발독재식 개발'로 재산권을 침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시행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서는 향후 사업진행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202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사 가운데 8개 사가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다.

흑석2구역내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흑석2구역은 한강변 입지 조건과 타 흑석동 재개발 및 재건축 지역에 들어서는 대형건설사들의 프리미엄 아파트들로 인해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던 지역"이라며 "주요 건설사 8개가 참여할 만큼 관심도가 뜨거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삼성물산이 입찰 전 홍보관을 설치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시행사인 SH는 현장설명회에서 다음달 17일부터 각 건설사별 홍보관 운영을 허용하겠다며 홍보관 운영 지침에 대한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SH가 공표한 날짜가 되기도 전에 삼성물산이 홍보관을 설치하면서 SH와 삼성물산 간의 모종의 대화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물산 측은 이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일단 삼성물산은 홍보관을 설치한 적이 없다"며 "몇몇 매체에서 홍보관이라고 보도가 나갔던 공간은 사무실 공간으로 임대차 계약을 진행했던 곳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흑석2구역 및 인근 지역 도시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해당 공간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진행했고 SH가 밝힌 것처럼 2월 17일 이후 사무실 공간으로 사용하고자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 공간 주변에 현수막 등 이른바 홍보물을 부착한 것이 마치 홍보관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행동은 맞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SH로부터 삼성물산이 사전에 의혹을 받을만한 대화가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SH 관계자도 "해당 홍보관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가 SH를 통해 시정요구를 해 홍보관 및 홍보물들은 모두 철거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4조항에 따르면 홍보관 운영은 합동홍보설명회가 개최된 후 건설업자 등의 신청을 받아 정비구역 내 개방된 형태의 홍보공간 1개소를 제공하도록 돼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 조감도 [자료=흑석2구역 재개발 조합]

한편 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삼성물산 측은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참여 의사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며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삼성물산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타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난 사업장이라면 당연히 사업참여를 고려한다"며 "흑석2구역은 이미 잘 알려진대로 뛰어난 사업성을 가진 지역이다. 여기에 삼성물산이 수주전 참여시 최우선 가치로 삼는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가 SH라는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이기 때문에 매우 용이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측에서도 준법 수주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법홍보나 개별 접촉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고 전해들었다. 여러모로 우수한 조건들을 갖춘 사업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일찌감치 과열 수주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비대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순탄치 않은 사업진행이 예상되고 있다.

흑석2구역 비대위는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승인과 SH 시행사 선정 등 전반적인 사업 과정이 적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대위는 최근 동작구청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주민대표회의구성 승인인가처분 및 SH를 흑석2재정비촉진구역의 사업시행자로 지정 인가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비대위는 집행정지 취지로 ▲공공재개발 진행의 위법성 ▲주택조합의 동의자 수 산정의 위법 ▲주택조합의 동의서 징구 절차의 위법 ▲추진위의 협박 ▲주민대표회의 구성의 위법-추진위 동의서의 무단 전용 ▲보전의 필요성 등을 꼽았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공공재개발사업에서 LH나 SH등이 공공시행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흑석 2구역 등은 재정비촉진법에 따라 특별지정된 지역이기에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이상만이 찬성하면 공공재개발 추진이 가능하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물론 SH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재정비촉진법에 따라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이대로 사업을 강행하면 헌법에도 보장된 흑석2구역 주민들의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구역 내 보유면적이 20%도 안되는 사람들이 머릿수를 믿고 해당 공공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대로 사업이 확정된다면 조그만 땅에서 건물을 세놓고 임대료로 살아가는 노인층 등 토지주와 원주민들은 그대로 내쫓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분들이 분담금을 내고 새 아파트에 들어갈 필요가 있겠는가. 보상 한 푼 못받고 내쫓길 것이 분명하다"며 "이런 분들이 현재 흑석2구역 내 400명 정도가 된다. 이 분들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재 연대를 맺고 있는 신설1구역, 금호23구역을 비롯해 서울시내 다양한 구역들과 힘을 합쳐 투쟁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현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와 SH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비대위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다수의 의견을 내세워 더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우리 토지주와 소유주들과 극심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지난 2017년 최종적으로 개발사업이 무산됐음에도 작년 이른바 2.4대책에 편승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목숨 걸고 이익을 위해 뛰어드는 이들을 보며 대장동 사태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SH도 공공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개발독재식 밀어붙이기로 수익을 남길 생각보다는 정당한 주민 자체 개발이 진행되도록 물러나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SH 관계자는 "비대위 측과는 꾸준히 대화하며 해법을 찾고 있다"며 "다만 비대위 측이 주장하는 구역해제는 불가능하다. 이는 SH가 판단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비대위 측과는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가겠다. 재개발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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