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방미 일정을 마치고 16일 귀국하며 인천공항에서 5·18 진상조사위원 재추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료=KBS 뉴스)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5·18 역사 왜곡 망언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이 자유한국당의 진상규명조사위원 재추천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5·18 진상규명위원 재추천 요구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필두로 한 여야 지도부 방미단이 17일 귀국한 만큼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역사 문제를 놓고 여야간 충돌이 격화해 당분간 국회 개원이 어렵다는 부정적 인식이 높은 상황이다.
여야 지도부에 앞서 지난 16일 먼저 귀국한 나 원내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진상규명위원) 추천위원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저희 당 일부 의원들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하지만 이것을 이유로 정치적인 이용을 하는 것에는 심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7일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가 추천한 후보들은 위원 자격뿐 아니라 진상조사의 대상 범위에도 아주 적절하다"라며 "헬기 기총소사 부분도 진상조사 범위이기 때문에 군 출신 경력자나 법조인 출신, 탐사보도 등 역사적 고증 작업을 한 언론인 출신도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한국당의 이런 방침을 맹비난하면서 다른 인사를 찾아 위원으로 재추천하라고 촉구했다. 여야 4당은 나 원내대표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파상공세를 폈다. 요여 4당은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 사태와 관련해 한국당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려면 재추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압박 중이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당이 '망언 3인방'에 대한 국민 기만적인 징계 유보 조치에 이어 무자격 위원 추천 강행의사까지 분명히 함으로써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오만하고 뻔뻔스러운 태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백배 사죄하고 이해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가파식 행동과 판단력이 아닐 수 없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진실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해 재추천하던지 아니면 추천권 자체를 깨끗하게 반납함으로써 국민 앞에 예의를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상황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자 5.18 북한군 개입설의 첫 유포자인 전두환 정신을 따르겠다는 고백”이라며 “자유한국당의 5·18 진상규명위원 재추천 거부 또한 헌정파괴 범죄 목록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됐지만 진상규명의 주체인 진상규명조사위는 5개월째 구성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특별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1명,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의 조사위원을 각각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해야 진상규명조사위가 구성돼 2년간의 진상규명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진상규명조사위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한국당 몫 추천 위원 때문이다. 야당 몫 4명 중 3명을 가져간 한국당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를 추천 대상자로 검토해 논란을 빚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에야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늑장 추천'했다.
그러나 이 중 자격요건 미달과 역사왜곡 우려를 낳은 권 전 사무처장과 이 전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거부당했다.
한편 방미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여야 지도부가 귀국한 가운데 '개점휴업' 상태인 2월 임시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난마처럼 얽힌 현안으로 인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야권의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 철회 요구와 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논란에 따른 여야 4당의 국회퇴출 요구 등이 얽혀 꼬인 매듭을 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미북 정상회담 등 빅 이벤트가 예정돼있어 사실상 2월 이후에나 국회 정상화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