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급한 CJ ENM 강호성호..물적분할 추진에 소액주주 "우리가 봉이냐" 반발

송정은 기자 승인 2021.11.24 16:26 의견 0
CJ ENM 강호성 대표이사 [자료=CJ ENM]

[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CJ ENM의 '콘텐츠 제작' 부문 물적분할 움직임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주가하락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CJ ENM은 미국 엔터테인먼트계 '큰손'인 '엔데버 콘텐트' 인수를 전격 발표하면서 콘텐츠 제작 사업부문 물적분할을 예고했다. 이에 지난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 물적분할 후 이듬해 상장으로 주가하락현상을 지켜봤던 CJ ENM 주주들은 이번에도 신설법인 물적분할 후 상장 가능성을 점치며 주주가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24일 미디어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19일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유명한 '엔데버 콘텐트(Endeavor Content)'의 지분 80%를 93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CJ ENM은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멀티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별도의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공시했다.

엔데버 콘텐트는 미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엔데버사의 콘텐츠 기획과 투자, 제작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CJ ENM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은 CJ ENM이 문화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인수합병(M&A)"이라며 "엔데버 콘텐트를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전세계 소비자를 타깃으로 CJ ENM이 보유한 히트작 리메이크 등 K콘텐츠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의 IP(지적재산권)과 CJ ENM의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전면적으로 활용해 사업모델 다양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독립법인 출시 이후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OTT 서비스 '티빙'이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밑바탕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글로벌 매니지먼트사 인수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천명하며 기대감을 증폭시킨 것과 달리 함께 발표한 '콘텐츠 제작' 부문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일반 주주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는 CJ ENM이 지난 2016년 드라마 사업부문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을 물적분할하고 다음 해 11월 주식시장에 상장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례에 비추어 CJ ENM 주주들은 이번에도 물적분할 후 신설법인을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CJ ENM은 이번에 인수합병을 발표한 엔데버 콘텐츠를 비롯해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 인수건, 경기도 고양시에서 착공에 들어간 일산 라이브시티 개발건 등으로 인해 현금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며 "물적분할은 기업의 현금 확보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지만 물적분할 후 신설법인을 상장하게 되면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주주들은 이에 반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은 상장 이후 초기에는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2019년에는 장중 최고가였던 12만3500원보다 45% 가량 떨어진 6만원 후반대에 거래될 만큼 하락세를 타기도 했다.

리서치알음의 김도윤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물적분할한 회사의 주식은 사실 한 주도 보유하지 않게 되고 기존회사가 보유하게 된다"며 "추후 해당회사가 IPO 등을 진행하면서 자금조달을 하게되면 기존 회사 역시 지분 희석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요인들이 올해 물적분할한 회사들의 주가가 좋지 않았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CJ ENM의 물적분할 소식이 전해진 이후 CJ ENM 소액주주들은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 "엔터회사가 홈쇼핑과 합치고서는 엔터를 물적분할하는게 말이 되냐", "물적분할은 주주들에게 정말 암적인 존재", "투자한 목적이 콘텐츠 때문인데 콘텐츠 부문을 따로 떨어뜨리면 주주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CJ ENM이 콘텐츠 제작 부문을 물적분할해 주식시장에 상장하더라도 주주가치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의 2018~2019년도 주가하락은 물적분할 후 상장이 원인이 아니라 당시 '프로듀서 101 순위 조작 사건'과 텐트폴(대작 드라마나 영화) 작품인 '아스달 연대기' 논란 등으로 인한 불운이 겹쳐서다"며 "CJ ENM은 미디어 수익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자회사인 티빙도 가파른 유료가입자 순증 추세를 보이는 만큼 긍정적인 요소가 더 크다"고 말했다.

CJ ENM 강호성 대표는 지난 19일 "엔데버 콘텐트 인수와 스튜디오 추가 신설을 통한 멀티 스튜디오 체제로의 변신은 CJ ENM이 글로벌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의 시작이다"며 "앞으로도 주저하지 않고 글로벌 도전에 앞장서며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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