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숨통 트이나..국민·하나·농협은행, 규제 완화 움직임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1.23 14:16 의견 0
23일 KB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 방식 가운데 대출자가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 주도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동참했던 시중은행들이 조금씩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급등한 대출금리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해 우대금리를 되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자금대출 방식 가운데 대출자가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혼합 상환’과 ‘분할 상환’만 허용했다. 일시 상환은 원금의 이자만 갚다가 대출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을 말한다. 분할·혼합 상환을 대출 기간 동안 원리금 일부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국민은행이 일시 상환을 중단한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구조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전세대출의 분할 상환 유도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으로 ‘KB시세’와 ‘감정가액’(KB시세가 없는 경우)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잔금대출 담보 기준을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잔금대출에서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한도가 줄어드는 영향이 있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떨어진데다 금융당국이 4분기 전세자금대출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일부 대출 규제 완화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23일 오후 6시부터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을 다시 취급한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도 전면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신용대출과 부동산대출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됨에 따라 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도 다음 달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다가 최근 3개월여 만에 재개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는 것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가 진정되면서 대출 총량 관리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를 풀면서 최근 몇 달간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축소한 우대금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커졌다.

그동안 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요구에 부응해 주로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실제 대출금리를 높여왔다.

최근 금융당국도 대출금리 급등을 염려해 금리 산정 과정을 들여다보겠다고 한 만큼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되살릴 명분도 생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데 가장 현실적 방안은 우대금리를 다시 높이는 것”이라며 “규제 효과 등으로 최근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만큼 우대금리를 다시 늘릴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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