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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출범 당시 설명회 [자료=롯데쇼핑]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롯데 온라인 통합몰인 롯데온은 롯데의 강한 디지털 전환 의지가 담긴 야심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옴니채널’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2018년 5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부회장)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고 3조원 투자를 통해 5년 내 업계 1위를 거머쥐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4월 출범 첫날부터 삐걱거린 롯데온은 여전히 기세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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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자료=롯데쇼핑]

■ 3조원 투자한 롯데 이커머스의 야심작 ‘롯데온’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이커머스의 롯데온은 2020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약 5%를 차지했다. 출범 첫 해 거둔 성적치고는 양호한 편이지만 투자 대비 아쉬운 성적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 그리고 올해 이베이코리아를 품은 신세계 3강 구도로 재편된 상황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201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에 의해 직격탄을 맞았다. 마트·수퍼 등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고스란히 이커머스 시장으로 넘어갔다. 유통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2018년부터 롯데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비즈니스 혁신에 나섰다.

롯데온 출범 당시 롯데가 내세운 경쟁력은 정보력과 물류체계다. 롯데그룹은 2020년 기준 약 4000만명의 롯데맴버스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 정보를 통한 ‘초개인화’ 전략을 구상했다. 초개인화 전략은 회원별 구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모델이다. ‘쇼핑판 넷플릭스’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물류체계에서는 마이크로 플필먼트 전략과 자체 물류배송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롯데는 타사와 달리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하지 않았다. 대신 전국 도심지에 위치한 오프라인 점포를 소형 물류센터로 삼았다. 자체 물류 계열사를 보유한 만큼 새로운 물류 혁신을 내세운 그룹 간 시너지 효과도 관전 포인트였다.

그러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탄생한 롯데온은 출발부터 버벅거렸다. 출범 첫날 시스템 불안정으로 서비스가 다운되고 결제오류·오배송 등 문제로 소비자 불만이 속출했다. 롯데온의 허점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통합 이전인 전년 대비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11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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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지배구조 현황 [자료=한화투자증권 리포트]

■ 부진한 성적 받은 롯데온의 ‘근본적’ 한계점

롯데온의 부진은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 롯데의 근본적인 한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거대 유통기업을 이끌어온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커머스 사업부는 롯데쇼핑 아래 종속되고 롯데쇼핑은 다시 롯데지주에 종속된 '종속' 체제다. 또 올해 8월 거버넌스 통합 이전에는 롯데 계열사별로 온라인 사업부가 별도 운영돼 이들 간의 이해관계도 복잡했다. 규모가 크고 수직적인 조직인 만큼 의사결정 과정도 번거롭고 느렸다. 급변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빠른 대응이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안정을 추구한 롯데온의 초기 전략도 한몫했다. 롯데온 출범 당시 롯데는 적자를 감수하는 ‘출혈경쟁’을 지양했다. 반면 이커머스 시장은 적자만큼 시장지분이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로 성장을 이어왔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최저가 경쟁과 할인 마케팅 등을 통해 공격적인 외형 성장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 가격 경쟁력을 놓쳤다고 볼 수 있다.

투자에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롯데는 올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신세계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해서다. 롯데쇼핑은 이베이 인수가 기대보다 시너지가 작고 인수 후 투자비용을 산정해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금액을 산정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통합물류센터의 부재도 뒤처지는 요인이다. 물류센터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과 달리 롯데는 물류센터에 투자하지 않았다. 기존의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하는 마이크로 플필먼트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당장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성장 규모의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배송 체계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각 계열사가 각각 배송하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가령 기존 롯데온은 소비자가 백화점과 마트의 상품 동시 주문 시 백화점과 마트가 각각 배송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각기 다른 회사의 여러 상품을 주문하면 통합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모아 한번에 배송한다. 이는 속도 경쟁력은 물론 배송 효율성 면에서 쿠팡이 앞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