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허락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내년 슈퍼앱 경쟁 본격화

신한은행, 내년 목표로 ‘New APP’ 프로젝트 추진
국민은행, 뱅킹앱에 증권·보험·카드 등 핵심 서비스 묶어
고승범 금융위원장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설립 지원할 것”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1.03 11:23 의견 0
KB국민은행이 KB스타뱅킹 앱을 전면 개편해 그룹 계열사 핵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료=KB국민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원앱·수퍼앱 전략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하나의 수퍼앱을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 KB국민은행은 그룹사 핵심 서비스를 포함한 새로운 KB스타뱅킹앱을 선보였고 신한은행도 신한SOL을 전면 개편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뉴 앱(New APP)’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신한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신한쏠의 전면 개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기능별로 흩어져 있던 6개 금융앱을 하나로 통합한 신한 쏠을 처음 선보였다. 신한 쏠 통합 이후 첫 전면 개편이다.

신한은행은 신한 쏠의 전면 개편을 통해 더 쉬운 더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Bad UX(나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고객 맞춤 UX/UI로 재구축한다. 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비대면 상품 가입 프로세스도 전면 재구축할 계획이다.

차별화된 플랫폼 신규 컨텐츠를 제공하고 AI·블록체인·데이터 등을 기반한 금융 신기술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고객 행동과 고객 여정 분석을 통한 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마케팅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증가 등 새로운 흐름에 맞춰 신한 쏠의 전면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개편 내용과 시기는 업체 선정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뉴 앱 프로젝트에는 보험·카드·증권 등 그룹 계열사 서비스가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앱 브라우저(in-app browser)’ 방식을 활용해 계열사의 일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인앱 브라우저는 확장형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로 앱 내에서 브라우저를 통해 외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앞서 KB국민은행이 선보인 새 KB스타뱅킹 앱이 인앱 브라우저 방식을 도입해 그룹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구현했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을 전면 개편해 기존에 마이머니, KB스마트원, KB브릿지 등 10여개 앱에 흩어져 있던 뱅킹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묶었다.

또 KB증권의 ‘Easy 주식 매매’ 서비스, KB국민카드의 ‘KB Pay 간편결제’, KB손해보험의 ‘스마트 보험금 청구’ 등 KB금융그룹 6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전날 창립 20주년 기념사에서 “부동산, 헬스케어, 자동차, 전자상거래 등 고객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금융과 비금융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KB의 플랫폼 생태계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9월 자사의 모바일뱅킹 ‘우리WON뱅킹’에 우리카드가 제공하는 ‘우리페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WON뱅킹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을 비롯한 뱅킹서비스는 물론, 결제서비스까지 원앱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앞으로도 우리카드를 비롯한 그룹 자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금융그룹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자사 뱅킹앱에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한 수퍼앱 전략은 내년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디지털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적 여건 조성을 약속한 상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의 은행은 단순히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하나의 수퍼앱을 통해 은행·증권·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강조했다.

금융위는 네트워크 연계성이 높은 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해 망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합리화할 계획이다. 또 금융환경의 핵심자산인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토스 수준의 수퍼앱 구현이 가능할지는 알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종합금융플랫폼 구축이 주요 화두인 만큼 제도 개선 움직임은 환영할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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