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에 부당노동행위까지..서울 옆 경기도 청년 프리랜서들의 서러움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1.08 15:55 | 최종 수정 2019.02.20 18:35 의견 0

[한국정경신문 = 장원주] 같은 하늘 아래, 그것도 같은 수도권이지만 경기도 내 청년 프리랜서들은 서울 거주 프리랜서들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습적인 임금체불에 부당노동행위는 서울과 엇비슷하지만 서울 접근성에 의존하거나 지역 유지의 영향력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 '서울 이주 현상'을 기속화한다는 지적이다.
경기청년유니온과 경기연구원이 7일 개최한 '경기도 청년 프리랜서 실태보고회'에서 발표된 사례 연구는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주최 측은  "4차 산업, 플랫폼 노동 등 새롭게 등장하는 고용형태의 최전선에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프리랜서"라며 "그러나 정확한 정의조차 부재한 상황에서 이들은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며, 제도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주장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로밸리로 상징되는 청년 프리랜서의 생존 민낯을 들여다본다. 이는 철저하게 인터뷰 방식으로 작성된 보고서이다.

■임금체불
#1. "계약서를 안 쓸 경우에는 체불이나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도적으로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서 내용증명 보낸다고 하니까 바로 보내주더라고요. 실제로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있는 것처럼 강하게 말했더니 보내주더라고요. 이럴 때는 제도가 없다는 게 막막하죠."(디자인 프리랜서 4년차 A씨)

#2.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 답이 없어요. 계약을 맺고 번역을 하고 있었는데, 번역원고를 넘기기 전에 폐업한 거예요. 번역은 다 했는데 대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거죠. 소송을 하긴 어렵고 담당기관이 따로 없으니까 답이 없어요."(프리랜서 3년차 B씨)

■불공정행위
#3. "지역에서 일하다보면 디자인만 맡기는 것처럼 하는데, 사실상 일을 받아오면 기획도 안 되어 있는 경우가 진짜 많아요. 들어갈 내용을 달라고 하면 알아서 만들어달라고 하고요. 기획이 잘 나온 다음 디자이너에게 넘겨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결과적으로 행사의 성과에 따라서 디자이너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었어요."(기획 및 디자인 프리랜서 3년차 C씨)

#4. "클라이언트로부터 요구되는 경력 조건이 있으니까 그걸 에이전시 측에서 저희에게 이력서를 조작해서 내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사실 근데 이 좁은 업계에서 이력서를 조작한 데 대한 책임은 에이전시가 지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온전히 지는 것인데 말이죠. 에이전시들이 중간에 이런 일들이 꽤 있는데, 아무래도 프리랜서라면 더 영향을 받겠죠."(프리랜서 1년차 D씨)

#5. "커뮤니티에 어느 출판사가 대금을 늦게 주고, 계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쓰면 그걸 출판사가 모니터링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문제가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아요. 오프라인 모임도 양상은 비슷해요. 프리랜서로 일하던 분이 어느 출판사의 편집자로 입사하는 경우가 있어요. 안 좋은 소리를 하게 되면 그 출판사에서는 일감을 못 가져오는 거예요. 사람들을 조심하게 되는 거죠. 입 조심을 하고요."(프리랜서 3년차 E씨)

#6. "알바* 같은 곳에서 <웨딩 촬영 프리랜서 작가님 구해요> 이런 식으로 광고해서, 장비도 교통비도 다 개인이 부담하고, 촬영본은 업체에서 가져가기도 해요. 사실상 마이너스인거죠. 물론 결혼식 현장에서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대가는 지불하지 않아요."(프리랜서 3년차 F씨)

단가 책정 등 불합리한 문제에 대한 성토도 많았다.

#7. "단가가 1990년대랑 지금이랑 차이가 없어요. 기준이 없다 보니 같은 업계에 있는 선배들이 받고 있는 걸 기준으로 해요. 중국어 번역 업계에서 가장 저명한 분이 5000원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프리랜서들은 다 5000원 미만으로 단가가 책정되는 거죠."(프리랜서 3년차 G씨)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도 구제수단이 없다는 점이 근본적인 허점이라는 분석이다.

#8. "프리랜서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걸 담당하는 기관이나 부서 자체가 없잖아요. 매번 피곤하고 힘든 일이 생기는데 당시에 노동 쪽 법률지원도 알아보고, 법률구조공단에도 찾아가봤어요. 근데 어디에 전화를 하던지 그 쪽에서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법적으로 도와줄 수 없다고 하고. 어느 한 곳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었어요. 그런 데서 매우 큰 무력감을 느꼈습니다."(프리랜서 3년차 H씨)

창작물을 제작해내는 프리랜서들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기업체(폰트, 영화 배급사, 음원사 등)에 비해 개인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의 경우 클라이언트에게 작업 원본까지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이와 동시에 클라이언트 측에서 원본을 활용하여 2차 저작물을 생산해내더라도 이에 대해 제재할 수단이 없는 등 저작권에 대한 보호가 전무한 상황이다. 

경기도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도 커다란 애로점으로 꼽혔다.

지역 사회에서 일감을 받는 경우 그 지역의 큰 에이전시의 영향에 따라 단가가 책정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영향력으로 인해 같은 작업이라도 지역에 따라서 단가가 차이 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프리랜서가 그 기술이나 분야에 해당하는 업체로부터 일을 받아야 하는 특성상 출판사, 개발업체 및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결국 서울에의 접근성에 의존하게 된다는 어려움이 많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같은 작업이라도 수도권 및 서울에서 더 높은 단가, 더 많은 작업 기회를 얻기 위해 본래 속한 지역사회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 등) 전통적인 직업관에서 벗어난 형태의 노동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