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문용식 정보화진흥원장, 비정규직 철폐론자에서 양산론자로 변신?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1.07 15:47 의견 4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해 6월 손말이음센터 확장 이전 현판식에서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이 해고자가 된 손말이음센터 황소라 노조지회장이다.


[한국정경신문 = 장원주 기자]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히는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이 기관 운영에 문제를 드러내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손말이음센터'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비정규직 절반을 대량 해고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문 원장이 과거 벤처 1세대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비정규직을 없앴다고 자랑했던 것에 비춰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7일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는 정보화진흥원 대구 본원 앞에서 대량해고 규탄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진흥원이) 비정규직 중계사 대량해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치졸하기 짝이 없는 언론플레이에 나섰다"며 "장애인들의 수어문자중계라는 공공적인 통신서비스를 잘하기 위한 진중한 노력보다는 여론의 질타를 거짓 해명으로 모면하려는 진흥원 경영진의 발상이야말로 낙하산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손말이음센터는 전화통화가 어려운 청각언어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수어나 문자로 중계통역해주는 곳이다. 정보화진흥원은 이 업무를 KT계열사인 KTCS에 위탁했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직접고용을 추진했다.

그런데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34명의 통신중계사 중 18명만 전환시험에 통과(30명 무기계약직 전환 희망, 29명 전환 절차 응시)한 것이다.

노조는 진흥원의 무기계약직 전환 시험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한다. 면접관이 업무와 무관한 추상적 질문을 하거나 시험 일정을 촉박하게 전달받는 등 시험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진흥원 측은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부 채용 희망자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합의된 절차에 따라 엄격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흥원 측의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 매끄럽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18명의 해고자 중에 손말이음센터 발전에 공헌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자,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사이버성폭력으로 국내 최초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람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노조간부들이 모두 해고돼 '노조 파괴'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분쟁의 핵심 당사자인 문 원장이 해결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문 원장은 나우콤 창립자로서 아프리카TV를 대한민국 내 굴지의 IT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2011년 외부영입 1호로 민주당에 입당한 이후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회 위원장, 노무현재단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친문 인사로 부각됐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가짜뉴스대책단장을 맡은 뒤 지난해 4월 정보화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데 대해 전형적인 보은 인사이자 낙하산 인사라는 낙인이 찍혔다.

문 원장이 이전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량해고 문제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기존 진흥원 서울사무소에 있던 손말이음센터를 확장 이전, 비좁았던 중계사 1인 중계 공간을 1.9배 넓히며 현판식을 개최했다. 당시 현판식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이 현재는 해고자 신분이다.

문 원장은 지난 2010년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은 사람의 공동체다. 공동체를 운영할 땐 가치관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나우콤에서 비정규직을 모두 없앴다는 사실은 그 가치관의 작은 조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고양시 덕양을 예비후보로 나서며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살아야 한다"며 "‘함께사는 세상’을 향해 작은 징검다리 하나 놓은 정치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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