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이냐 대세냐"..보험업계, '전기차보험' 출시 놓고 고민 중

전기차 보급 17만대..지난해 12월比 3만8185대↑
올 들어 KB·캐롯손보 등 '배터리 충전' 특약 선봬
'전용보험' 4년째 무소식..보장 범위 확대 필요성↑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7.19 12:2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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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17만 전기차 시대에 보험업계도 관련 특약을 서둘러 탑재하는 등 시장 트렌드를 좇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보장 범위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지만 높은 손해율 탓인지 '전용보험' 출시는 4년 째 깜깜 무소식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이 최근 전기자동차 전용 특약 상품을 내놨다.

KB손보가 출시한 '전기자동차배터리신가보상특약'은 본인 부담 없이 새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전기차 배터리 파손사고로 배터리 전면교체가 필요한 경우 '자기차량손해' 보장에서 새 배터리 가격에 감가상각을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밖에 삼성화재와 캐롯손해보험도 전기차 주행 중 급작스런 방전이나 충전소 부족 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긴급충전 서비스'를 특약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지난달 테슬라코리아와 광고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전기차보험 판매를 늘려 시장 주도권 확보에 한 발 다가서기 위해서다. 테슬라코리아 역시 기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에 더해 3개 보험사와 추가로 손잡고 고객의 보험 선택지를 넓히는 데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손해보험사들이 전기차 보험 수요를 이끌기 위해 배터리 관련 보상을 확장하는 등 관련 특약을 기존 보험에 붙여 출시하고 있지만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아우르는 '전용보험'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 있다. 현재 현대해상과 DB손보만 이를 팔고 있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보험이 보장하지 않은 추가적 리스크가 산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발과 화재 등에서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은 위험도를 가지고 있으며 배터리의 불안정성과 시스템 손상·해킹 등 사이버리스크도 있어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보험업계 사정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전기차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손해율이 가솔린이나 디젤 등 다른 차량보다 높아서다. 지난해 기준 대형 손보사의 전기차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5~113%다. 이는 적정손해율(77~78%)보다 18~35%포인트 높은 수치다.

손해율이란 보험사로 들어온 보험료 가운데 가입자에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업계는 자동차보험이 적자를 내지 않은 적정손해율(예정손해율)을 78~80%로 보고 있다.

전기차의 평균 수리비 또한 지난해 기준 164만원으로 내연기관 차량(143만원)보다 비싸다. 평균 부품비도 95만원으로 19만원 높다.

이에 대해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수리비에 따른 손해율 상승은 곧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현재 전기차는 자동차보험으로 똑같이 가입해도 무리없기 때문에 굳이 전용보험이 필요 없고 전기차 특성에 맞는 특약으로 보장하는 방식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상범위 부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없는 상황이고 연구원에서 언급한 리스크들이 통계로 집적될 만큼 현실화 한 부분이 부족해 전기차 전용보험에 대한 논의나 필요성이 언급되기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친환경 경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보험사가 전기차보험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객 니즈에 맞춰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되 손해율을 고려해 특약 형태로 추가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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