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노조추천이사제 또 외면하나..‘靑 낙하산설’에 갈등

사외이사 한자리 공석..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재도전
노조 “청와대 인사 내정설 파다..절차 중단 요구”
사측 “내정설 사실 확인 어려워..노사가 협의할 것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6.11 11:24 의견 0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의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 도입이 재차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공석이 된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후보 추천 절차가 시작됐지만 청와대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이대로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사측에 후보 추천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비상임이사(사외이사) 3인 중 나명현 이사가 지난달 31일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사외이사 한 자리가 공석이 됐다.

수출입은행 사외이사는 수출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후보를 제청하면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한다. 지난해부터 사측과 노조 간 합의에 따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복수 후보를 제청하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방문규 행장은 사측 추천 인사 3명과 노조 추천 인사 1명 등 4명의 복수 후보를 기재부에 제청했다. 결과적으로 사측 인사 2명이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수출입은행은 이번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사외이사 공석을 채울 계획이었다. 사측과 노조가 각각 2명씩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측 추천 인사 1명과 노조 추천 인사 1명으로 추려 기재부 장관에 제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사후보추천위가 꾸려지기도 전에 청와대 출신 인사 내정설이 돌면서 노사는 내홍에 휩싸였다.

수출입은행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수출입은행의 허울뿐인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비판했다. 박홍해 금융노조 위원장은 성명서에서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개시하기도 전에 수출입은행에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가 내정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공공기관 노동자의 경영 참여 약속을 지킬 것을 정부와 여당에 촉구했다.

현재 수출입은행 노조는 사측에 사외이사 후보 제청 관련 내부 절차 중단을 요구한 상태다. 후보 제청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노조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에서다.

수출입은행 노조 관계자는 “청와대 출신 인사 내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내부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지난해처럼 노조가 들러리를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측은 청와대 인사 내정설과 관련해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노사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현재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해 노조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서 노조와 사측이 지속해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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