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카카오’ 꿈꾸는 은행들..‘생활금융 플랫폼’ 구축 가속

업종간 경계 모호한 빅블러 시대..“생존 위해 변모해야”
신한은행, O2O 추진단 신설..음식 배달 대행 출시 예정
국민은행, 리브앱 개편 예정..Z세대 맞춤형 서비스 준비
하나은행, 중고차 거래 플랫폼 구축..라이브커머스도 계획
우리은행, MZ세대 친숙한 게임업계와 협업해 금융상품 선봬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6.09 15:30 의견 0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배달대행 등 생활밀착 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도 자사 앱에 음식 배달, 택배 픽업 등 생활밀착 서비스 도입을 늘리는 등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자사 금융플랫폼에 생활밀착 서비스 포함시키며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최근 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비금융 신사업 추진을 위한 ‘O2O(Online to Offline) 추진단’을 신설했다. 은행 앱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금융-비금융 데이터 기반의 혁신 서비스 개발하겠다는 의도다.

O2O 추진단의 첫 번째 과제로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인가 받은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 구축이 꼽힌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음식 주문 중계 O2O 플랫폼 구축을 위한 입찰 공고를 실시했다.

입찰 공고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음식 주문 중계 O2O 플랫폼의 주요 기능으로 비금융사업 진출 활성화와 비금융 데이터 확보를 꼽았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음식 주문 중계 플랫폼 구축 사업에 138억원 예산을 책정했다. 이중 기반 인프라 관련 비용은 40억원 규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음식 주문 중계 플랫폼 구축 사업은 O2O추진단 신설 이전부터 추진해온 혁신금융서비스”라며 “올해 12월 출시를 목표로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차별적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KB국민은행은 별도의 생활금융플랫폼인 ‘리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은행은 500만 가입자를 돌파한 리브를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개편하는 ‘리브 리부트 원(Liiv Reboot One)’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 금융 시장의 핵심고객인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해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세부 컨텐츠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Z세대가 재미있게 금융을 체험할 수 있는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며 “영업점 방문 없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금융을 거부감 없이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뱅킹앱인 ‘하나원큐’에서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를 지원하는 ‘원더카 직거래’ 서비스를 출시했다. 모바일 기반 차량 명의이전 시스템을 적용해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에 신뢰성과 편의성을 더했다. 직거래 차량에 대해 보험사고이력 등을 무료로 체크하고 차량 동행부터 정비, 원거리 탁송까지 원클릭 서비스도 제공된다.

또 하나은행은 최근 전자상거래사업을 위해 별도 조직으로 라이브커머스TFT를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커머스 등 디지털 채널에 익숙한 젊은 세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게임업계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9일에는 LCK 응원구단의 성적과 가입자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LCK 콘텐츠 확대를 위해 ‘WON뱅킹 LCK전용 소통채널’을 만들고 ‘대학생 LoL 리그’개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김수경 연구원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금융회사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플랫폼 내 쇼핑·검색·결제 정보의 활용으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은행들은 디지털금융 규제 완화 이후 생활밀착, 게임, 유통 등 다양한 제휴사와 연계해 생활금융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는 금융앱은 금융이 필요할 때만 열어보는 앱으로 인식되는 부분을 바꾸려고 한다”며 “생활밀착 서비스 도입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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