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쿠팡의 ‘전 제품 무료 로켓배송’이 쏘아올린 유통가 최저가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동안 유통가는 저마다의 전략을 내놓으며 소비자 확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업계는 최저가전쟁이 유통업체들의 출혈을 야기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출혈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마트’다.
■ 최저가 아니면 ‘돈’으로 돌려주겠다던 이마트, 실상은 ‘꼼수’?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8일부터 이마트앱을 통한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했다. 쿠팡과 롯데마트몰·홈플러스몰을 언급하며 500개 상품에 대해 이들과 비교해 최저가가 아닐 경우 차액을 이머니(e머니)를 통해 보상하는 형식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마트·롯데마트몰·쿠팡·홈플러스몰 삼다수 500ml 판매가 [자료=각 사 홈페이지 캡쳐]
우선 정말 최저가인지 확인에 나섰다. 상품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 중 하나인 생수 ‘삼다수(500ml)’로 한정한다. 26일 오전 이마트 은평점을 방문했을 때 당일 삼다수 500ml 한 병의 가격은 430원이다. 같은 날 롯데마트 은평점도 동일한 가격이었다.
다만 이마트가 비교 대상으로 지정한 롯데마트몰에는 같은 용량의 삼다수를 낱개로 판매하지 않았다. 쿠팡 또한 낱개 판매를 하지 않았다. 홈플러스몰에서는 동일한 용량에 대해 430원으로 가격이 같았다.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차이가 거의 안 나거나 나도 10원에서 몇 백원 정도의 수준이다. 이마트가 지정한 500개 상품도 업체 별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 과자나 간편식·음료 등이다.
이마트가 지정한 비교 대상도 모두 온라인몰로 과자나 음료 등에 대한 낱개 판매는 잘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삼다수만 보더라도 홈플러스몰을 제외한 쿠팡과 롯데마트몰에서는 낱개 판매를 하지 않았다.
삼다수의 경우 묶음상품을 개당 가격으로 측정했을 때는 쿠팡이 개당 411원 정도로 저렴했으나 이는 같은 낱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묶음 판매를 많이 하는 온라인몰을 비교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이마트의 ‘꼼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는 확실한 듯 했다. 이날 이마트 은평점에서 만난 30대 주부 황씨는 삼다수 매대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가격 비교를 하고 있었다. 황씨는 “생수를 사는데 차액 보상이 된다고 하니 다른 곳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고 있었다”라며 “차이가 나는 상품은 차액 보상을 신청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며 최저가 보상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보상제가 이마트 앱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스마트폰 사용에 유리한 젊은 층이 보상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고 혜택을 받기 위해 이마트를 찾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이용과 거리가 먼 노년층에도 효과는 있었다. 같은 날 다른 매대 앞에서 만난 60대 할머니 김씨는 “최저가 보상제라고 붙어있긴 하지만 사용할 줄 모른다”며 “그래도 최저가라고 하니 굳이 다른 곳 안가고 여기서 모든 장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 똑똑한 전략..유입고객 늘리고 출혈은 줄이고
실제로 최저가 보상제 시행 이후 이마트에 대한 관심도는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차액 보상제를 시행하면서 새롭게 도입한 이머니 가입자 수(19일 기준) 2주 만에 28만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3주가 넘어가는 현 시점에서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에서는 가장 발 빠르게 쿠팡의 최저가 전쟁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온라인은 쿠팡·오프라인은 이마트’라는 구도를 소비자들에게 주입시켰다”며 “오프라인 마트를 이용할 일이 있을 때 이마트를 찾게 되게 만든 것만으로도 집객 면에서는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입고객을 늘린 것에 비해 예상보다 출혈도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마트 최저가 보상제는 우선 이마트에 방문해 해당 상품을 구입한 후 당일 가격 비교가 이루어져야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당연한 이치지만 먼저 어디가 싼 곳인지 미리 알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매장에 방문 후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다른 곳과 직접 확인을 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보상도 비교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구매 다음 날 9시부터 신청 가능하다. 이마트앱에서 이머니 이용 동의를 한 후 구매 다음 날 영수증 목록에 들어가 ‘가격보상 신청’ 버튼을 클릭해야 신청이 완료된다.
기자가 만난 30대 주부 황씨는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황씨는 “마트에 왔을 때 사야 할 물건에 최저가 보상제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것만 보고 오늘 바로 신청할 수 있는 줄 알았다”며 “다음날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조금 귀찮을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덕분에 이마트는 당초 업계가 예상한 최저가 보상제로 인한 출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보상제를 통해 차액을 적립해주는 이머니 또한 이마트·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30일 이내 사용 가능해 고객을 또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집객 효과를 더하고 있다.
보상해 준 돈으로 다시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게 만드는 구조니 출혈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똑똑한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며 “발 빠른 대응으로 최저가 이미지도 선점하고 이머니 등 자사 포인트 적립과 오프라인 방문 유도 등 탄탄한 시스템 구성으로 출혈은 줄이면서 집객 효과는 늘렸다”라고 말했다.